50대 초반의 제니가 폐암 4기 판정을 받은 지 4개월이 조금 넘었을 즈음이었던 3월 중순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얼마 정도 나빠졌는지 알기가 쉽지 않았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몇 번 언급했지만, 폐암 증상이라고 볼 수 있는 숨 가쁨이나 호흡곤란이 미미한 정도였고, 흉통도 나쁘지 않았다. 환자 본인이 가장 걱정했던 것이 호흡곤란이었는데 (병원에서 일하면서 호흡곤란으로 죽어가는 환자를 봤었는데 그 환자가 가장 처참하게 죽었다고 말하며 본인이 그렇게 될까 봐 정말 걱정이 많았었다) 호흡곤란은 죽을 때까지도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 제니의 몸이 나빠지고 있다는 증거는 뼈전이로 인한 증상이 점점 악화되는 것이 내 눈에 보일 때였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말기암 환자 제니의 증상이 어떻게 눈에 띄게 나빠졌는지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낮은 곳에 앉았다 일어나기가 힘들어 짐
뼈전이로 인한 증상의 악화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지표는 "의자의 높이" 였다.
제니는 빨간 동그란 의자를 정말 좋아했다. 보기에는 그렇게 편해 보이지 않는데 앉아보면 의외로 굉장히 편한 의자다. 손님들도 와서 한 번 앉으면 안 일어나는 그런 종류의 의자... 제니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커피와 독서 그리고 담배였다. 아! 고양이도 빼놓을 수 없다. 제니의 일과의 대부분은 밖에 나가서 담배를 피우면서 책을 본 후 잠시 뒷마당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더 읽다가 집에 들어오면 저 빨간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것이었다. 아픈 이후에는 저 의자에서 책을 읽다가 깊은 잠에 빠지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2022년 3월 초... 늘 앉았다 일어났다 하던 저 의자에서 좀처럼 쉽게 일어나지 못하는 제니를 봤다. 웃으며 몇 번 힘을 써서 일어나던 제니... 그런 일이 거의 매일 반복되었다.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어보면 웃으면서 아니라고 말하며 어떻게 해서든 혼자 일어나려고 노력하던 제니였다. 도움도 받고 싶지 않아했고, 변화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듯했다. 몇 번 시도는 해야 했지만 제니는 스스로 일어났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니는 빨간 의자에서 일어나는 것이 불가능해졌고, 그 다음은 빨간 의자보다는 조금 높은 소파 그리고 부엌 의자 순으로 일어나기가 힘들어졌다.
거동이 힘든 아침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제니가 걷는 것을 매우 힘들어했다. 아니, 힘들어 할 정도가 아니라 갑자기 안 걸어지는 것 같은 느낌, 힘이 안 들어가는 느낌이라고 하면서 한 발을 겨우 절뚝거리며 가장 가까운 의자에 주저앉았다. 완화의료 간호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제니가 걷기 힘들어한다는 것을 전달하자, 의료팀은 four wheelie walker를 대여해 주겠다고 했다. 제니는 완강히 거부했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그걸 나보고 사용하라고?! 아니야!!!"
"아니... 혹시 모르니 갖고 있자는 거지..."
"난 그런 거 필요 없어. 내가 할머니는 아니잖아. 그건 할머니들이나 쓰는 거지..."
실제로 슈퍼나 쇼핑몰에 가면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four wheelie walker (보행보조기구)를 쓰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제니는 차마 받아들일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아무리 봐도 뭔가 도움이 필요한 것 같았고 난 장을 보고 오면서 지팡이를 하나 사다 줬다.
"이건 어때?"
조심스럽게 제니에게 지팡이를 건냈다.
"아플 때 한 번 써볼게. 늘 못걷겠는 건 아니거든."
제니의 뼈 통증을 보니 대부분 아침에 통증이 심했고, 그로 인해서 걷는 것을 매우 불편해했다. 지팡이에 의지해서 조금 걷다 보면 마치 기름칠을 해서 조금씩 돌아가는 것처럼 오후에는 지팡이 없이도 잘 걸을 수 있었다. 다만 지팡이에 의지해서 저 빨간 의자에서 일어나는 것은 좀 힘들어했다. 양손에 힘을 주고 일어나는 것이 더 도움이 되었어서 종종 저 의자에서 일어날 때에만 four wheelie walker를 의지했지만 아주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다.
뼈전이 통증 완화를 위한 약 사용 빈도 및 복용량 증가
뼈전이 통증이 증가하면서 허리와 허벅지뼈 통증을 자주 호소했고, 멜번의 전문의와 상의 후 Pregablin (lyrica) 프리가블린 (리리카)라는 약의 복용량을 증가시키기 시작했다. 보통 신경통이 있을 때 먹는 약인데 몰핀류의 약으로 통증 경감이 쉽게 되지 않기에 아침저녁으로 프리가블린을 복용하면서 통증을 조금이라도 경감시키려고 했던 것 같다. 제니의 말에 의하면 뼈전이로 인한 통증은 신경통이랑 전혀 다르다고 했다. 전기가 오르듯 한 신경통과는 달리 골암으로 인한 통증은 아주 꾹! 하고 누르는 듯한 강렬한 통증이라고 했다. 그리고 통증약을 먹거나 맞아도 지속이 오래되지 않고, 어느 정도의 통증이 거의 24시간 내내 지속된다고 했다. 자세를 바꾸는 미미한 움직임에도 통증이 증가되고, 걷거나 앉았다 일어났다 할 때에는 통증이 더 심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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