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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4기 뼈전이 말기암 환자 보호자의 병상일지

폐암말기 증상: 부종의 시작

by johnprine 2022.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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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가 복부팽창에 어느정도 익숙해 질 때 즈음 새로운 증상이 나타났다. 1월 8일 밤 갑자기 눈에 띄게 부은 제니의 발. 제니는 원래 살집이 조금 있는 편이었기에 발도 상당히 통통한 편이었다. 특히 종아리와 발목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통자 스타일의 다리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니의 발은 상당히 부어 보였다. 케어러이자, 하우스메이트인 나는 이렇게 하게 할 말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대충 넘겨보려고 했지만, 제니는 재차 얼마나 발이 더 부어 보이는지, 어떤 쪽 발이 더 부어 보이는지 묻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좀 발이 부을 수도 있지'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니는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이 포스팅에서는 제니가 왜 부종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는지, 새로운 증상이 폐암 말기 환자인 제니에게 어떤 두려움을 줬는지 추측해보려고 한다. 

 

 

새로운 증상이 환자에게 주는 두려움 

 

제니는 복부가 팽창하고 스스로 가라앉는 것에 상당히 빨리 익숙해지고, 아무렇지도 않게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느끼는 듯 했다. 그러나 1월 8일 밤 11시 경, 제니가 발이 부은 것을 느꼈을 때에는 다시 복부팽창이 처음 일어났을 때의 심정으로, 아니 그 때보다 더 불안한 상태로 접어드는 듯 했다. "매일 하나씩 뭐가 일어나는 느낌이네" 라고 말하며 부은 발을 하염없이 보고 또 보는 제니. '매일은 아닌데...' 라고 생각하며 그 자리를 뜨고 싶어했던 나. 우리 둘은 상당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음은 분명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제니의 부은 발은 그냥 새로운 증상이 아니었다. 복부팽창에 이어 또 하나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제니에게 '병이 악화되고 있다, 몸이 안 좋아지고 있다... 그리고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 라고 느껴지는 듯 했다. 사실 1월 초에는 늘 그렇듯 숨찬 것과 복부가 팽창했다 줄어들었다를 반복하는 것을 제외하고, 제니는 피부에 와닿게 병세가 악화되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폐암이기 때문에, 숨찬 것은 받아들인 제니였고, 복부팽창은 가스가 차는 것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기 때문에 병세가 눈에 띄게 악화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부종은 다르게 느껴지는 듯 했다. 간호사로 10년 넘게 일했던 제니는 부종이 생겼다는 것은 신장, 심장, 폐 등이 나빠지는 신호라고 생각했다. 

 

본인의 몸이 나빠지는 것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눈에 보인다면 그건 더 큰 두려움으로 다가올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내 몸이 무엇인가에 반응하고 있는 것을 갑자기 보게 된다면... 그건 더 무섭지 않을까? 차라리 점점 숨이 찬다거나, 통증이 심해지는 등의 느낄 수 있는 증상이 지속적으로 바뀌고 악화된다면, 천천히 받아들일 수 있었을 텐데... 갑자기 보게 된 퉁퉁 부은 발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 다가온 죽음의 징조" 정도로 크게 확대 해석되었던 것 같다. 

 

 

케어러의 답답함 

케어러로서의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러 약을 먹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부을 수 있다' 정도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본인의 발을 봐줬으면 좋겠고, 부은 것의 원인을 나와 함께 생각해보기 원했던 제니의 심정을 이해하기 보다는 그 상황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동시에 제니가 너무 부정적으로 상황을 인식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도 했다. 워낙 시니컬한 성격의 제니를 잘 알기에, 조금만 부정적으로 생각해도 그것을 확대해서 생각해서 우울해지거나 슬퍼할 것이 걱정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나는 의사가 아니기에, 그 어떤 답도 해줄 수 없는 답답함도 있었다. 닥터 구글에 의지해서 이런 저런 추측만 해볼 뿐 내가 해줄 수 있는게 별로 없는 답답함이 크게 다가왔다. 

 

하우스메이트였고, 친구이자 일터에서는 동료였던 내가 케어러가 되면서 참 애매한 위치에 놓인 것 같았다. 아프기 전에 몰랐던 사람이라면 조금 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환자를 바라볼 수 있었을텐데, 2년 넘게 같이 산 친구를 그렇게 바라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난 그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고, 그녀가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녀가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답답하지만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런 답답함은 시작에 불과했다. 

 

 

 

2022년 1월 8일 병상일지 케어러의 기록

 

- 2022년 1월 8일

  • 0300 small BO (작은 대변)
  • 1030 ordine x2 5mg PO (오딘 5mg 2번 경구 투여)
  • 1140 morphine s/c 5mg (몰핀 5mg 피하주사)
  • (increased distension, de-gas x2) 복부팽창 증가  - 디개스 두 알 복용 
  • 1330 clonazepam x1 drop (클로나즈팸 1방울 복용)
  • 1600 med BO (중간 대변)
  • 1800 small BO (작은 대변)
  • 2300 edema to bilateral feet R<L
  • Post shower - clonazepam 1 drop, ordine 1, morphine 5mg s/c (샤워 후 클로나즈팸 1방울, 오딘 1번, 몰핀 5mg 피하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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