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는 멜번에서 폐암 진단을 받았다. 펫씨티를 찍고 암이 척추, 왼쪽 고관절 및 허벅지에 많이 전이되었고, 오른쪽 엉덩이뼈 근처에도 전이된 것으로 보인다는 말을 들었다. 그 때에서야 제니와 나는 왜 제니가 최근 몇 달 동안 허벅지가 자꾸 아팠는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제니는 숨찬 것은 간호사로서 N95 마스크를 끼고 일함과 동시에 갱년기로 인해 엄청난 땀을 흘렸기 때문에, 관절이 아픈 것은 갱년기 증상 중 하나로 치부해 버리고 어차피 병원에 가봤자 별다른 처방을 안 해줄거라 생각해서 병원에 가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폐암과 뼈전이로 인한 증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제니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유방암 뼈전이로 2년 정도 투병을 하시다 50대 말에 돌아가셨기 때문다. 이 포스팅에서는 뼈전이가 제니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왜 그렇게 제니는 뼈전이에 대한 공포감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도 말해보려고 한다.
골절이라는 것의 의미: 독립성의 상실
폐암이 왼쪽과 오른쪽 다리에 전이되었다는 것을 알고 다리 통증 근원에 대한 궁금증은 풀렸지만, 제니는 상당한 공포감에 휩싸였다. 멜번에서 뼈로 암이 전이가 되었다는 진단을 받았을 때, 의사는 다리가 "부숴질 수 도 있다" 라며 shatter 라는 단어를 쓰며 반드시 일을 그만둘 것을 권했기 때문이다. 제니는 종종
"얼마나 많이 전이 되었으면, 쉽게 부숴질 수 있다고 했지?"
라고 말하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뼈전이에 대해서 잘 모르던 나는
"설마 그렇게 부러질까 뼈가?"
라고 물었더니, 제니는
"우리 엄마가 그랬었거든. 극장에서 공연 관람하다가 재채기를 했는데 그 때 척추 뼈가 부러졌었어."
라고 대답했다.
"정말?"
"응... 우린 사실 그 때에야 엄마 암이 척추로 전이된걸 알았어. 그 당시에는 지금같은 기술이 없었나봐. 유방에만 암이 있는줄 알았었지. 그게 척추로 전이되었을 줄이야..."
"그랬구나. 신기하네 암이 그렇게 뼈에 영향을 주다니..."
"의사한테 물어보니까 암이 뼈 안부터 갉아먹는다고 생각하면 된데. 그러니까 구멍이 생기는거지. 그러면 점점 뼈가 얇아지는거잖아. 구멍이 점점 커지면 뼈는 점점 얇아지면서 작은 충격에도 부러지거나 정말 부숴질 수 있는거지."
"그럼 어머니는 어떻게 치료받았어?"
"내가 그 때는 간호사가 아니었고, 십대 후반? 이십대 초반 그래서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수술같은 것은 안 하고 그냥 조심하면서 그랬던 것 같아. 딱히 치료법이 없지 않았나 싶어."
"그걸 봐서 너도 참 무섭겠다."
"응... 내가 제일 두려운건 내 mobility 를 잃는거야. 움직일 수 없게 되는거. 걸을 수 없게 되는거. 그럼 내가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없게 된다는 거잖아. 화장실 혼자 가는 것 못하게 되는게 내가 가장 두려운 부분이야."
제니에게 다리뼈나 척추뼈가 부러진다는 것은 곧 걷는 것에 지장이 가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걷는 것에 지장이 된다는 것은 독립성을 잃는 것으로 연결이 되었다. 제니는 여행이나 운동 또는 사교모임을 즐기는 활발한 성격은 아니었다. 쉬는 날에는 정원을 가꾸거나, 화분에 식물을 심는 것을 좋아했고, 작은 뒷뜰에 나가 담배를 피며 책을 읽는 것이 가장 큰 취미였다. 그런데 그런 소소한 취미 그러나 제니의 삶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취미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제니에게 아주 큰 두려움이었다. 걷지 못한다는 것은, 독립성을 잃는다는 것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을 강제로 포기해야 하는 것이었다.
독립성을 상실했을 때의 수치심
"다른건 몰라도 참... 내가 머리는 멀쩡한데 움직일 수 없어서 화장실을 누군가에 의지해서 해결해야 된다는걸 내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어. 요양원에 있는 환자처럼 누군가가 와서 나를 이리저리 굴리면서 기저귀를 갈아야할 거 아냐... 근데 내가 차라리 의식이 없으면 모를까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머리가 멀쩡한 상태에서 그렇게 된다면 정말 수치스러울 것 같아."
걸을 수 없어서 독립성을 잃었을 때 가장 큰 문제는 화장실을 남에게 의지해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담배를 피러 나가거나, 밥을 먹는 것 등은 남의 힘을 빌려서 해도 수치심은 들지 않지만, 화장실을 남에게 의지해서 가야 한다는 것은, 자신의 신체, 그 중에서도 가장 보여주기 싫은 곳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경미한 골절이 아닐 경우, 나 혼자서 제니를 돌볼 수 없을 경우, 호스피스 간호사나 주변 친구들을 불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던 제니는 그것 만큼 수치스러운 일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제니는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의 소변 대변을 보여주는 것도, 같이 일하던 사람들에게 자신의 신체를 보여주는 것도 우위를 가릴 수 없이 큰 수치를 주는 것 같다고 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가족에게도 보여주기 힘든 것을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 그 것을 상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언제든 다가올 수 있는, 그러나 피할 수 있으면 절대적으로 피하고 싶은 상황에 대한 공포감은 통증이 심해질수록 더 커져만 갔다.
2022년 1월 10-11일 간병일지 간병인 / 케어러의 기록
- 2022년 1월 10일
- 1340 ordine 5mg PO (오딘 5mg 경구 투여)
- morphine s/c 5mg (몰핀 5mg 피하주사)
- clonazepam 2.5 drops PO (클로나즈팸 두 방울 반 경구투여)
- 1400 ordine 5mg PO (오딘 5mg 경구 투여)
- Midaz 1.5mg s/c (미다졸람 1.5mg 피하주사)
- Weight 72.5kg (몸무게 72.5kg)
- 1900 increased abdo distension, de-gas x2 (배 부풀어오름 증가, 가스 빼주는 약 de-gas 2알 복용)
- 1930 ordine 5mg PO (오딘 5mg 경구 투여)
- clonazepam 1 drops PO (클로나즈팸 한 방울 경구투여)
- 2030 morphine s/c 5mg (몰핀 5mg 피하주사)
- Frusemide 20mg PO commenced (프루세마이드-몸에서 물빼주는 부종약-20mg 경구투여 시작)
- decreased pitting edema L>R (부종 감소 왼쪽이 오른쪽보다 심함)
- BNO 1/7 (대변 보지 않음 1일차)
- 2022년 1월 11일
- 0015 morphine s/c 5mg (몰핀 5mg 피하주사)
- 0010 clonazepam 1 drops PO (클로나즈팸 한 방울 반 경구투여)
- Midaz 2.5mg s/c (미다졸람 2.5mg 피하주사)
- 0500 ordine 5mg PO x2 (오딘 5mg 경구투여 두 번)
- morphine s/c 5mg (몰핀 5mg 피하주사)
- 0830 BO med (대변 중간크기)
- c/o sore hip and back (엉덩이와 허리 고통)
- morphine s/c 5mg (몰핀 5mg 피하주사)
- 1200 Endone 10mg PO (엔돈/옥시코돈 10mg 경구투여)
- ordine 5mg PO - pre shower (오딘 5mg 경구투여 - 샤워 전)
- lyrica 75mg PO (리리카/프리가블린 75mg 경구투여)
- 2045 ordine 5mg PO - post nap (오딘 5mg 경구 투여 - 낮잠 후)
- decreased edema (부종 감소)
- sweaty with SOB (호흡곤란시 땀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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