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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4기 뼈전이 말기암 환자 보호자의 병상일지

폐암 뼈전이 말기암 환자에게 필요한 것들 ft. 작업치료

by johnprine 2023.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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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폐암 뼈전이 진단을 받은 제니는 호주 완화의료 간호팀의 전인적 케어를 받았다. 통증과 증상을 적절히 완화해 줄 의료적 지원부터 비의료적 지원까지 정말 다양한 노력을 다방면으로 해주었다.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은 의료적인 면만으로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증을 완화해 줄 약도 중요했지만, 삶의 질을 높여주는, 남은 삶을 최대한 독립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원도 절실했다. 완화의료 가정방문 간호사들은 제니의 상태에 따라 집에 어떤 보조기구가 필요할지 정확히 파악하고 작업치료팀과 연계해서 다양한 기구를 지원해 주었다. 대여의 형식으로 반납하는 물건들이었고, 메디케어로 커버가 되기 때문에 어떤 돈도 내지 않았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간호팀이 작업치료 (occupational therapy) 부분에서 어떻게 제니를 도와줬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보행 보조 기구 4 wheelie walker (4WW) 지원

2022년 4월 1-2일 투약일지


제니가 가장 원했던 두 가지가 있다. 병원이 아닌 집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과 최대한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집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은 제니의 의지로 가능한 것이었지만, 독립성의 유지는 완화의료팀의 도움 없이는 거의 불가능했다.


위의 2022년 4월 1일-2일 투약일지를 보면 알겠지만, 제니는 이 시기 즈음부터 몸이 엄청난 피로를 느끼며 하루의 대부분을 잠을 자며 보냈다. 그만큼 에너지가 없었고, 깨어있는 것 자체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행위였다. 음식물 섭취도 중단한 상태였기 때문에 제니는 걷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보행 보조기구 4 wheelie walker (4WW)


4 wheelie walker (4WW)라고 불리는 보행 보조기구는 제니가 의자에서 일어날 때, 힘이 없을 때 의지하면서 걸을 수 있게 도와줬다. 죽기 전 2주 정도만 이 보행기구에 의지해서 다니긴 했지만, 긴 잠에서 깬 아침이나, 낮잠에서 깬 직후에는 다리에 힘이 확 빠져 있었기 때문에 잠시라도 이것을 이용해서 다니며 힘을 얻곤 했다. 이 보행 기구에는 앉아있을 수 있는 자리도 있고, 브레이크고 있고, 작은 물건을 보관할 주머니까지 있어서 여러모로 상당히 유용했다. 밖에 나가서 담배를 피우며,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는 것이 낙이었던 제니에게, 책과 담배 그리고 라이터를 담아 옮길 수 있는 도구가 되기도 했다.

보행기구는 보통 80대 이상의 어르신들만 사용한다는 선입견이 있어서 제니는 이 기구 사용을 꺼렸지만, 앉았다 일어날 때나 힘이 없어서 걷는 게 힘들 때 이것 만큼 도움이 되는 기구는 없었다.


샤워 의자

샤워의자 (대)



2022년 12월 즈음받은 샤워의자는 제니가 제일 먼저 대여받은 기구였다. 폐암 환자의 특징이 샤워할 때 숨이 많이 차는 것이고, 뼈전이가 있기에 서서 샤워를 하는 것이 허리와 다리에 무리가 갈까 봐 샤워의자를 대여해 줬다.

이 샤워의자의 문제는 샤워장에 비해 의자가 너무 큰 데 있었다. 제니의 샤워부스는 저 의자가 들어가면 꽉 차서 의자에서 일어나서 샤워를 해야 하는 순간에는 움직이기조차 힘든 수준이었다.

저 의자는 요양원처럼 샤워장이 큰 곳 - 샤워부스가 아니라 탁 트인 곳에서 더 유용한 의자였다. 등받이가 높아서 샤워하는 동안 등을 기댈 곳이 있는 것이 장점인 샤워의자다. 그냥 의자로도 상당히 편안 의자여서 가장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기에 저 의자를 빌려준 것 같았는데, 제니와 나는 스툴 형태의 샤워의자로 바꿔줄 것을 부탁했다.


샤워의자 (소)


위의 사진이 스툴 형태의 샤워 의자다. 등받이가 없는 것이 특징이고, 그래서 요양원에서는 잘 쓰지 않는 형태이기도 하다. 혹시라도 뒤로 넘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전상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제니의 경우 벽에 저 의자를 붙여놓고 샤워장 안에 놓고 사용하기에는 사이즈가 딱인 샤워의자다.


제니는 죽기 전까지 혼자 샤워를 했다. 끝까지 독립성을 유지하고 싶어 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샤워를 한 시간도 넘게 하면서도 샴푸가 머리에 떡이 되어 나왔던 제니가 기억난다. 난 한 시간 동안 화장실 앞에 앉아 5분마다 제니를 불러 깨웠다. 샴푸가 떡이 된 머리여도 그녀가 마지막으로 혼자 해 내 샤워가 상당히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샤워가 될 줄 그때는 몰랐지만 말이다.


변기 의자


Toilet seat raiser 변기 의자


변기 위에 놓을 수 있는 이 의자를 토일렛 싯 레이저라고 부르는데 이 것은 요양원에서 대부분의 변기에 놓여있을 정도로 유명한 의자다. 대부분의 변기가 건강한 사람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높이이지만, 허리나 무릎이 안 좋은 사람에게는 상당히 낮은 의지다. 앉을 때는 괜찮지만 일어날 때 상당한 힘을 요구하기 때문에 변기에서 일어나는 것을 상당히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제니 역시 왼쪽 허벅지와 척추에 뼈전이가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허리와 다리 통증이 커졌고 의자에서 일어나는 것이 힘들어졌다. 보통 의자보다 조금 낮은 변기는 당연히 일어나기가 더 힘들 수밖에 없었다. 작업치료 팀에서 이 의자를 빌려줘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변기의자 양쪽에 손잡이도 있어서 집고 일어나기도, 방향을 틀 때 이 의자를 의지하기도 좋았다. 공간도 많이 안 차지한다는 장점도 있고 청소도 쉬운 기구다.



리클라이너 (안락의자)


리클라이너


이 의자를 처음 들여왔을 때 제니는 상당히 시큰둥했다. 제니는 빨갛고 동그란 제니의 최애 의자와 폐암 진단을 받기 몇 달 전 구입했던 고가의 소파를 더 선호했다. 자연스레 이 의자는 작은 거실 구퉁이에 처박혀있는 수준이었다. 제니가 큰 거실 소파나 빨간 의자에서 잘 때, 내가 저 안락의자에 앉아서 작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정도로 머물 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제니가 소파에서 자다 굴러 떨어졌고,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난 급하게 완화의료 간호사를 불렀고, 간호사는 구급차를 불렀다. 당시에는 왜 이런 일로 구급대원을 부르나 싶었는데, 구급대원은 많이 겪었다는 듯, 바닥에서 못 일어나는 환자들을 위해 엉덩이 밑에 방석 같은 것을 깔고 그 방석을 부풀리면 풍선형 의자가 되는 것을 들고 나타났다. 즉, 깔고 앉으면 부우우웅 ~ 의자로 변신해서 환자를 일으켜주는 도구였다. 그 의자를 가져온 날, 제니는 다시 소파나 빨간 의자에 앉길 원했지만, 그러면 결국 다시 일어나기 힘들다는 판단 하에 구급대원과 간호사는 리클라이너를 큰 거실로 옮겨와서 제니에게 리클라이너에 앉을 것을 권했다.


그렇게 리클라이너는 제니의 빨간 의자와 소파를 대체하게 되었다. 리클라이너의 장점은 리모컨으로 다리 부분을 올리게 할 수도 있고, 리클라이너를 세워서 앉거나 일어나기 쉽게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눕혀서 자기 좋게 하는 기능도 있다.


제니가 어느 날인가부터 침대에서 자는 것을 거부했다. 침대에 누워서 자고 일어났을 때 숨이 많이 차다는 것이 이유였고, 언젠가부터 리클라이너에서 모든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모든 생활이라고 해봤자 엄청나게 긴 밤잠과 낮잠을 자는 것이 전부이긴 했다. 밥도 먹지 않았고, 깨어 있을 때는 어떻게 해서든 밖에 나가 담배를 피우며 아빠랑 통화를 하거나 책을 읽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리클라이너는 제니의 침대를 대신했다. 죽기 일주일 전까지 제니는 이 리클라이너에서 참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문턱 레일


경사 고무판과 보조 레일


위의 사진은 거실에서 뒷마당으로 나가는 부분에 깐 두 개의 고무판과 경사 레일이다. 문턱을 보행 보조기구로 넘나들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인데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로 노란색 줄무늬가 있는 큰 경사판은 제니가 단 한 번밖에 사용하지 못했을 정도로 늦게 도착했다. 두 고무판이 없는 것보다는 나았지만 밖에서 들어올 때는 벽돌 한 장만큼의 높이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밖에 설치된 고무판은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


설치가 너무 늦게 돼서 안타까운 면이 있었다. 제니가 저 문턱을 넘나 드느라 너무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저 문을 넘다 뒤로 넘어져 나까지 제니와 넘어진 적도 있고, 또 그래서 구급차를 부른 적도 있었다.


거실에서 나갈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뒷마당에서 들어올 때, 벽돌 한 장 높이를 건너는 것이 제니에게는 아주 큰 힘이 드는 일이었다. 두 손으로 코알라처럼 문을 부여잡고 겨우겨우 다리를 들어 옮겨야 했는데, 뼈전이로 인해 힘은 없고 통증은 상당했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살면서 가장 큰 낙이었던 뒷마당에 나가 담배 피우는 것을 포기할 수 없던 제니는 죽기 일주일 전까지도 뒷마당에 나갔고, 힘겹게 집에 다시 들어오곤 했다.


문턱 레일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을 조금 일찍 알았더라면 한 달이라도 편하게 왔다 갔다 했을 텐데 많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작업치료



한국에서는 작업치료가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호주의료에서 작업치료는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환자의 삶의 질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사고와 입원을 예방해서 궁극적으로는 의료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의 집에 기구를 대여하는 것부터, 샤워 시 잡고 서있을 수 있는 봉 같은 것을 설치해 주거나, 집 안팎에 보행과 안전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설치해주기도 한다.


전인적 간호 wholistic care를 해주는 호주 간호팀 덕분에, 또 작업치료와의 연계 덕분에 제니의 마지막이 조금이나마 편하지 않았을까, 조금이나마 더 독립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줬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 것 아니었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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