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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4기 뼈전이 말기암 환자 보호자의 병상일지

폐암 뼈전이 말기암 환자 사망 15일 전 증상

by johnprine 2023.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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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4기 뼈전이 진단을 받았던 2021년 11월부터 제니는 조금씩 나빠졌다. 보통 젊은 암환자들은 급격히 나빠져 3-4개월 만에 죽는 경우가 많다 (항암치료를 안 할 경우)는 것에 비해 제니의 진행은 더뎠다. 주치의가 3개월 정도 살 거라고 했던 거에 비해서 이미 5개월을 넘게 살고 있었으니 의료진의 예상도 빗겨나갔다. 그렇지만 암은 진행되고 있었고 마지막은 다가오고 있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폐암 뼈전이 말기암 환자 제니의 사망 전 15일 즈음에 다나탄 증상들에 대해서 말해보려고 한다.



기력감소

2022년 4월 29-30일 투약일지


제니의 삶을 세 단어로 요약하라면 꼭 등장하는 “담배”. 제니는 그만큼 애연가였다.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제니는

“아… 사람들은 담배 때문이라고 그러겠지?
근데 이미 늦었어. 어차피 얼마 안 남은 삶인데
실컷 피다 갈래.”

의사도 좋아하는 담배도 커피도 실컷 즐기라고 했고, 제니는 걸음이 힘들어도, 거동이 불편해도, 단 하나의 벽돌 높이의 턱이 버거워져도 뒤뜰에 나가 담배 피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던 제니에게 어려움이 닥쳤다. 바로 갑작스러운 또는 점진적이기도 했던 “기력쇠퇴”였다.

이 당시 나의 일과는 제니가 밤잠에서 일어나면 아침 약을 주고, 제니가 두어 시간 깨어있을 때 담배를 피우러 뒤뜰에 나갔다가 들어오면 통증을 호소했고, 그러면 중간에 약을 한 번쯤 주었다. 그리고 제니는 곧 아주 긴 낮잠을 잤다. 낮잠에서 깨어나면 곧 밤이었는데 그럼 제니는 또 밖으로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제니의 거동이 점점 불편해졌기 때문에 뒤뜰까지 늘 데려다줬다. 제니가 다시 안으로 들어오면 또 밤약을 주고 하루가 마무리되는 그런 단조로운 일과였다.


그러던 4월 29일 제니가 뒤뜰에 나가 앉아 한참을 있다가 안 들어와서 나가보니,


“라이터에 불을 못 붙이겠네… ”


희미하게 눈을 뜨고 힘없는 목소리로 제니가 말했다.
얼른 담배에 불을 붙여줬다.
제니는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모르게
담배를 하염없이 들고 있는 것 같았다.


4월 30일에는 담배를 제대로 들고 있지도 못했다. 그러고 보니 앞머리가 조금 타있었고, 바지에 담배로 인한 구멍도 나있었다.


담배에 불을 붙여주고 오면 제니가 담배를 피울 줄 알았는데 아마 입으로 가져갈 힘도 없었던 것 같다.


제니의 잠이 길어지면서 매일 아빠와 통화하던 것도 힘들어졌다. 난 제니가 깨면 얼른 제니의 아버지에게 문자로
“지금 제니 일어났으니 전화해 보세요!”라고 했고,
그러면 아버지가 제니에게 전화를 했다.


늘 밖에 나가 담배를 피우며 통화를 하던 제니는 어느 날부터인가 두 손으로 전화를 받치듯 통화하고 있었다. 그만큼 기력이 쇠한 것이었다. 라이터에 불을 붙일 힘도, 담배를 들 힘도 전화를 들고 있을 힘도 없을 정도로 기력이 쇠해가는 것이었다.



혼란과 섬망 증가


4월 30일 제니는 오른쪽 왼쪽도 구분하지 못했다.


“영국 남자가 왔었어.”

라는 것을 보니 시각적 청각적 섬망 증상이 나타난 듯했다.


제니의 아버지는


“제니가 이상한 말을 많이 하네. 아니지.. 많이도 아니야. 기운이 없나 봐. 별 말 안 하는데 말도 안 되는 말을 하고 그러네… ”

라고 말하며 딸의 상태에 낙심한 듯했다.


“혼란이랑 섬망증상이 거의 매일 나타나는데 좀 심한 날이 있어요.”

라고 위로하듯 말했지만 사실 상태가 점점 나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몸


제니는 점점 한족으로 심각하게 기울어져서 걷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목도 거의 완전하게 한쪽으로 치우쳐졌다. 한쪽에 마치 마비가 온 사람처럼 걸었다.

보통 일어나서 1-2시간은 혼자서 잘 걸었던 반면 29일부터는 1시간 정도 괜찮다가 한 시간 후부터는 기력의 감소로 걷는 것이 확 불편해지는 것이 느껴졌고, 몸은 더더욱 한쪽으로 기울어져서 걸었다.

그냥 언뜻 보면 너무 기울어져서 곧 한쪽으로 쓰러질 것만 같을 정도였다. 아마도 덜 아픈 쪽으로 몸의 무게를 싣다 보니 몸이 한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제니의 뼈전이가 왼쪽 허벅지에 커다랗게 있었고, 허벅지와 허리 통증을 자주 호소했는데, 아마 기울어져 걷는 것이 제니에게는 조금 더 편한, 통증이 덜 한 자세였을 것이라 추측된다.


정교함의 감소


제니는 4월 29일 휴대폰도 사용하기 힘들어했다. 두 개로 보이는 증상 때문이기도 했고, 혼란의 증가 때문이기도 그리고 전체적인 기력 소퇴와 맞물린 손가락 기능의 정교함 감소 때문이기도 했다.

휴대폰 조작도, 라이터에 불을 붙이는 것도 힘들어했지만, 간단하게 커피를 타마시는 것도 힘들어했다. 설탕을 타기 위해 수저를 들면 설탕은 여기저기 쏟아졌고, 물 조절을 하지 못해 컵에 넘실거리게 담을 정도였다.

늘 한국 믹스커피에 설탕 한 스푼 그리고 우유를 더해서 마시는 제니는 믹스커피 봉지를 뜯는 것도 언제부턴가 굉장히 힘들어해서, 기억은 안 나지만 한참 동안 내가 커피를 타줬던 기억이 난다.


봉지를 뜯기도, 설탕, 우유 그리고 물을 붓는 것도 힘들어했기에 도움이 필요했다. 사실 커피를 타주면 한 두 모금 말고는 마실 기운도 없는 듯했다. 컵도 제대로 들지 못해, 2/3 정도만 넣어줘도 걷다가 넘실거려 쏟기 일쑤였고, 일어나서 1-2시간 후면 낮잠에 빠졌고, 일어나 있던 그 1-2시간도 밖에 나가 담배를 들고 꾸벅꾸벅 조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제니의 마지막 샤워


4월 30일은 제니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샤워를 한 날이다. 그 샤워는 거의 한 시간 반이 걸렸다. 제니는 한사코 도움을 거절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해서든 죽기 전까지 독립성을 지켜내고자 했던 그녀가 참 대단하다.

제니가 화장실에서 졸고 있을 것이 뻔해서 거의 5-10분마다 문 앞에 앉아 제니를 깨웠다. 소리를 들어보니 거의 샤워장에서 자는 것 같았다. 담뱃불도 못 드는데 비누칠을 제대로 할리 만무했다.

샤워를 다 마치고 나온 제니의 머리는 샴푸와 컨디셔너 범벅이었다. 머리의 끈적함을 알고

“아 다시 감아야겠다. 조금 있다가…”

라고 제니는 말했지만 그날이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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