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ima라고 부르는 피하지방주사는 지방층에 주사 바늘을 삽입해서 모르핀, 미다졸람 등의 약을 필요할 때마다 통증 없이 삽입된 바늘관으로 투약할 수 있는 말기암환자의 친구 같은 존재이다. 팔, 다리, 배 등의 지방층에 삽입을 하면 되는데, 길면 1주일 이상도 사용할 수 있고, 교체 방법이나 삽입 방법도 쉬운 편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피하지방주사에 대한 이야기를 제니의 예를 들어 해보려고 한다.
피하지방주사의 역할


피하지방주사는 지방층에 주사기를 삽입해서 수일간 바늘로 찌르는 고통에서 해방해준다. 이 주사기가 없다면 매번 모르핀이나 미다졸램을 바늘로 찔러 투약해야 하는데 이 주사가 삽입되어 있으면 주사를 찌르는 고통 없이 삽입관을 통해 약을 투약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에게도 좋고, 투약하는 사람도 상당히 쉽게 약을 투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말기암환자의 완화의료에서 거의 필수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흔히 쓰는 의료장비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제니는 살집이 많은 편이어서 피하지방주사기를 꽂는데 상당히 용이했다. 처음 이 주사를 삽입한 것은 12월 말 즈음이었는데, 이 때 완화의료팀은 제니가 정말 얼마 오래 못 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주사를 삽입하고, 모르핀과 미다졸램 등을 통해 제니의 통증과 숨찬 것을 최소화해서 하늘나라에 보내주려는 계획을 세웠던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의 예상과 달리 제니의 상태를 아주 심각하게 악화되지 않았다. 조금씩 악화되고 있었긴 했지만, 기대수명이 6-8주라고 했던 것에 비하면, 또 1월 말에는 2주밖에 안 남았다는 예상에 비하면 제니는 상당히 건강한 편이었다.
그렇다고 삽입한 피하지방주사를 갑자기 제거하고 몰핀과 미다졸램을 약에서 빼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환자는 이미 강한 약에 익숙해져 있는데, 상태가 생각보다 나빠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용하던 약을 빼앗을 수는 없지 않은가. 모르핀이나 미다졸램 등을 피하지방으로 투약하면 경구투약 시 보다 효과가 빠르기 때문에 환자는 통증이나 숨찬 증상을 수 분 이내로 진정되는 느낌을 받는 상황에서, 갑자기 경구투여 약으로 바꾼다면 환자가 증상을 못 견뎌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후에 완화의료팀 간호사들끼리 말하는 것을 들었는데, 당시 수간호사는 밑에 간호사에게 제니에게 이 주사를 너무 일찍 삽입한 것이 실수 중 하나라고 했다. 환자가 경구투여 약으로 증상완화가 안 될때 마지막에 사용해야 할 것을 너무 일찍 사용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이었다. 결국 제니의 증상이 악화되면 엄청난 양의 모르핀이나 미다졸램을 투약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지기 때문에 너무 일찍 주사로 증상을 안정시키는 것은 환자에게도 의료팀에게도 부담이 되는 것 같았다.
봉와직염 cellulitis 와 피하지방주사


나는 간호사로 일하면서 피하주사바늘을 자주 사용했기 때문에 완화의료팀의 도움 없이 내가 스스로 제니의 주사를 관리했다. 제니도 간호사였기 때문에 언제 주사를 교체해야 할지 알고 있었기에 더 쉽게 관리하는 것이 가능했다. 보통 이 주사는 주변이 빨개지거나, 붓거나, 통증이 있으면 바늘 교체시기와 상관없이 다시 바늘을 다른 곳에 꽂아주는 것이 정석이다. 2월 11일에 제니는 주사 바늘 주변이 빨갛게 부어오르고 따뜻하면서 통증도 수반되는 것을 느꼈다. 나는 일단 바늘을 배에서 허벅지로 옮겨 삽입하고, 배에 생긴 자국을 펜으로 표시했다. 빨간 자국이 얼마나 커지는지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집에 갖고 있던 항생제 cefalexin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 완화의료팀에게 전화해서 봉와직염 cellulitis 이 생긴 것 같다고 연락을 했더니 간호사가 방문을 했다. 전날 펜으로 표시한 자국보다 빨간 자국이 좀 더 작아져 있었고 붓기도 조금 가라앉았다. 있는 항생제를 먹어서 다행이도 차도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갖고 있던 항생제가 몇 알 남지 않았기에 간호사는 제니의 주치의에게 연락해서 다른 항생제를 처방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렇게 augmentin duo를 복용하면서 경과를 보기로 했다.
간호사는 주사를 놓은 곳에 종종 봉와직염이 생기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은 아니라고 했다. 게다가 암환자는 면역력이 많이 약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염증이 생기는 일이 더 잦기 마련이라며 너무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위로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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