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제니는 찰리라는 귀여운 고양이를 보호소에서 입양해 왔다. 찰리는 또렷한 눈매에 오동통한 몸 약간은 짧은 다리를 가진 고등어색 고양이였다. 제니가 투병하는 동안 찰리는 큰 힘이 되어줬지만, 동시에 제니에게 찰리는 남겨두고 가야만 하는 아픔이기도 했다. 이 포스팅에서는 2월 7일부터 8일까지의 간호일지를 살펴보고 암환자와 애완동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애완동물을 위한 준비


2월 7일에 제니는 왼쪽 아랫배가 너무 아프다고 했다. 탈장하는 것처럼 아프다고 했는데 몇 분 지속되고 통증은 사라졌다. 언제부턴가 손발이 저리고 쥐가 나는 듯한 증상이 자꾸 나타났는데, 그럴 때마다 마그네슘 스프레이를 뿌리고 마사지를 해줬더니 쥐 난 것이 금방 가라앉고는 했다. 이 날은 손에 쥐가 나서 마그네슘 스프레이를 뿌리고 손을 주물럭 주물럭 해줬더니 금방 나아졌다. 문자와 방문, 연락 등으로 지친 제니가 망설이다가 매니저에게 방문과 연락을 자제해 달라고 연락했던 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 둘은 저녁에 소파에 앉아 고양이 찰리의 입양 공고 포스팅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랑스러운 찰리의 사진과 함께.


"안녕하세요 저는 찰리예요. 우리 엄마가 아파요.
엄마는 절 몇 년 전에 구해주셨어요. 그런데 지금 엄만 자꾸 나를 떠나야 한다고 말해요. 엄마가 저를 위해 좋은 가족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이런 과정이 엄마를 힘들게 하기에 제가 엄마를 돕고 싶어요. 제 소개를 좀 해드릴게요.
저는 제가 몇 살인지 모르겠어요. 길고양이였거든요. 그렇지만 저는 노는 걸 좋아해요. (엄마는 제가 6-8살 정도 되었다고 생각해요.) 전 집이 주는 안락함도 좋아하지만 밖에 나가서 나무를 오르는 것도 좋아해요. 누군가가 머리를 긁어주고, 궁디팡팡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빗질도 좋아하는데 솔직히 안기는 것은 싫어해요. 터널이 있어서 거기를 달리는 것도 좋아하고 가구를 보호하기 위해 엄마가 구입한 수많은 스크래쳐를 긁는 것도 재밌어요. 밖에서 주로 화장실을 이용하고 필요할 때만 집안에 있는 화장실을 쓰죠. 전 대화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영어랑 한국어 둘 다 할 줄 알아요. (이모가 한국어를 가르쳐줬어요.) 사람들이랑 함께하는 걸 좋아하는데 지금 좀 무서워요. 뭔가 변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거든요.
제가 원하는 것은 음식과, 살 수 있는 곳 그리고 사랑이에요. 그리고 충분히 그 사랑을 돌려줄 자신이 있어요."
이 글을 쓰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슬프고 또 슬펐다. 3년을 찰리와 살면서 너무 정들었기에 힘듦도 상당히 컸다. 이 당시에는 나에게 닥칠 더 큰 힘듦과 상처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몰랐기에, 내 인생에서 가장 슬픈 순간 중 하나라고 생각했었다.
말기암환자에게 애완동물이란


제니에게 찰리는 동반자였고 위로자였다. 찰리가 있어서 웃는 날이 많았다. 엄마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던 찰리이기 때문에 일도 못 가고 집에만 있는 상황에서 제니에게 가장 큰 위로를 주는 생명체는 찰리였다. 제니의 가족들은 제니가 투병하는 6개월 동안 단 두 번 방문했지만 찰리는 늘 제니 곁에 있었다. 말로 할 수 없는 위로였으리라.
그렇지만 누군가가 찰리를 돌봐야 했다. 제니는 아프기 전에도 밥을 주는 것 외에 특별히 찰리를 관리하지는 않았다. 발톱정리나, 털빗기기, 놀아주기, 밥그릇 씻기, 물 갈아주기 등의 몫은 내가 그전부터 감당하고 있었는데, 허리를 굽히고 하는 것이 힘들어지면서, 밥을 주는 것마저 내가 거의 다 담당해야만 했다. 나로서는 그런 일이 하나도 힘들지 않았지만, 제니가 만약 혼자 살았더라면 찰리를 돌보는 것도 상당히 힘들었겠다 싶었다. 신체적으로도 힘들지만, 아픈 뒤로 잘 못 돌봐주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미안함도 상당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환자가 애완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면 보이지 않게 애완동물을 케어하는 누군가의 도움이 점점 필요해진다. 동시에 이 애완동물을 뒤로하고 가야만 하는 미안함과 슬픔도 함께 보듬어줘야 할 대상이다.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어지는 순간이다. 그렇지만 그런 힘듦과 부담감을 넘어 애완동물은 상당히 큰 기쁨과 위로가 되어준다. 말없이 함께하면서 아픔을 나누고, 웃을 일 없는 하루하루를 웃게 만들어준다. 찰리가 그랬다. 우리는 찰리의 가족을 찾느라 맘이 아프고 조급함도 들었지만, 찰리 덕분에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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