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4기 뼈전이 환자였던 제니를 간호하는 5-6개월 동안 가장 힘들었던 때를 뽑으라면 아마도 제니의 사망 일주일 전 2-3일간 나타났던 임종 전 안절부절증 (terminal restelssness)를 목격하면서 어떤 약도 잘 듣지 않았던 그 때라고 말할 것 같다. 완화의료는 처음이었고, 누군가의 임종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처음이었던 나로서는 임종 전 안절부절증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약을 사용해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내가 해주는 그 무엇도 도움이 되지 않았기에 무기력감을 느꼈고, 동시에 너무나도 괴로워하던 모습에 나마저 괴로움을 느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제니가 고통스럽게 겪었던 임종 전 안절부절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고 한다.
임종 전 안절부절증이란?
임종 전 안절부절증은 환자의 사망이 가까워졌을 때 나타나는 급격한 행동 변화 증상을 말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40퍼센트 이상의 호스피스 환자가 임종 48시간 전에 이 증상을 겪는다고 한다. 이 증상은 화, 우울 또는 일반적인 감정적 증상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다르게 처치되어야 한다. 안절부절증이 어르신들의 치매나 정신적 기능 저하 증상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는데, 이것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환자가 갑자기 혼란에 빠졌다던가, 치매가 왔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증상은 임종 전에 많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독특한 증상 중 하나로 특정 약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증상은 terminal delirium 임종 전 섬망/치매 terminal agitation 임종 전 불안/동요/흥분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대부분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수시간 혹은 수일 안에 사망할 것을 예측한다.
임종 전 안절부절증의 원인
안절부절증이 나타나는 이유는 다양하다고 하고, 확실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임종 전에는 발열, 탈수, 염증, 빈혈 등 다양한 증세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런 증세의 복합적인 영향이라고 볼 수도 있고, 통증약이 제대로 몸에 흡수되지 못하면서 통증의 증가로 인한 정신적 신체적인 증상의 발현이라고 보기도 한다.
다음과 같은 원인들이 개별적 또는 복합적으로 임종 전 안절부절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 약 (통증약, 스테로이드제)
- 술 중독 또는 술 금단현상
- 니코틴 금단현상
- 조절되지 못한 통증 및 불편감
- 소변을 보지 못해 방광에 소변이 차였을 때
- 변비
- 오심
- 뇌전이 또는 뇌부종
- 감염 또는 패혈증
- 장기기관의 섬유화
- 다양한 전해질 부족 또는 과부하
- 산소부족
- 심리적 정서적 영적 불안감
- 기존에 갖고 있던 정신 장애
임종 전 안절부절증 증상들
임종 전 안절부절증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갑자기 일어나서 어디를 가려고 한다던가, 죽은 사람을 찾는다던가, 경찰을 부르겠다고 하는 등의 이유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하고, 몸의 일부분을 마구 뒤틀거나 떠는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긴도 한다. 제니처럼 이불과 침대보를 마구 잡아 뜯거나 옷을 부여잡기도 하고 섬망증세가 심해지기도 한다.
- 혼란
- 침대에서 갑자기 기어 나오거나 돌아다님
- 섬망 - 헛것을 보거나 들음
- 누군가를 부르거나, 신음 또는 소리 지름
- 가만히 앉아있거나 편히 있지 못함
- 낮에는 졸려하다 밤에 갑자기 활발해짐
- 집중하지 못하고 쉽게 산만 해짐
- 이상한 이야기를 하거나 주제를 자꾸 바꿈
- 인상을 쓰거나 짜증 나거나 아파 보이는 얼굴
- 화가 나거나 공격적인 태도
- 가만히 있지 못하고 주변 무엇인가를 자꾸 잡아당김
제니가 보인 안절부절 증상
제니의 증상은 나를 애타게 찾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갑자기 불러서 어쩔 줄 몰라하면서 오심을 호소했고, 집에 데려가달라고 했다 (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며칠 전 한 책을 읽었는데 많은 환자들이 집에 데려다 달라, 고향에 데려가달라는 말을 사망 전에 한다고 한다. 그때 여기가 집이다, 고향이다 등의 언쟁을 벌이기보다는 조용히 환자를 대화로 이끌거나 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제니는 증상이 더욱 심해지면서 정말 아프고 괴로워 보였다. 인상을 쓰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과호흡을 하고, 의자에서 뒤척거리고, 침대에서 갑자기 벌떡 일어나나 넘어지기도 했고, 이불과 옷을 계속해서 잡아당겼다. 가장 괴로워 보였을 때는, 도와줘, 도와줘하고 외치면서 얼마나 괴로운지 본인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마구 칠 때였다. 아프냐고 물으면 아픈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너무 괴로운지 도와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임종 전 안절부절증은 얼마나 지속될까?
대부분의 안절부절증은 며칠 정도 (사망 전 2-3일 정도) 지속된다고 한다. 그러나 제니처럼 사망 일주일 전부터 나타나 점점 그 상태가 나빠지면서 사망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제니의 경우 사망 일주일 전즈음. 시작되어 계속해서 나빠졌다. 미다졸람과 할로페리돌로는 한두 시간 잠잠하게 할 뿐이었다.
임종 전 안절부절증에 적합한 약은?

위에서 언급했지만 일반적으로 주는 미다졸람과 할로페리돌이 안 듣는 경우가 많다. 물론 1-2시간 정도의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지속력이 너무나 짧아서 환자도 보호자도 뭔가 오래 지속되는 약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말 동안 의료진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우리는 월요일 아침 멜버른의 전문의와 완화의료 가정방문 간호사를 통해 전화를 할 수 있었다. 전문의는 간호사와 간단히 이야기하더니 보호자를 바꿔달라고 했다.
“어떤 증상인가요?”
“제가 찾아봤더니 임종 전 안절부절증이랑 똑같아요. 옷이랑 이불을 막 잡아 뜯고, 머리를 손바닥으로 치고, 도와달라고 해요. 얼굴이 시뻘겋고 잠도 못 자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해서 자꾸 넘어졌어요.”
“아… 맞아요. 전형적인 임종 전 안절부절증이에요. 이경우는 미다졸람이나 할로페리돌로는 효과가 없어요. Levomepromazine이라는 약이 필요한데 이게 병원에서만 구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어요. 약국에서는 구할 수가 없어요.”
“제가 병원에 가서 받아올게요.”
응급실에서 일하던 나는 바로 아는 의사들에게 연락해서 급하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고, 약 이름과 필요한 용량을 알려줬다. 그리고 바로 처방전을 받고, 병원 약국에서 levomepromazine 리보미프로마진을 받아왔다.
그리고 제니와 나는 임종 전 안절부절증에서 드디어 해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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