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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4기 뼈전이 말기암 환자 보호자의 병상일지

리보미프로마진 투약 후 임종 전 안절부절증 변화

by johnprine 2023.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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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으로 사망하기 5-6일 전인 5월 8일 오후부터 9일까지 제니는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임종 전 안절부절증이 이렇게 괴로운 것일 줄은 제니를 보기 전까지 알지 못했다. 너무나도 괴로워하는 제니를 보면서 무력감이 드는 동시에 가족이 아닌 내가 봐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가족이 본다면 마음이 얼마나 더 아플지 상상할 수 조차 없었다. 미다졸람, 모르핀, 할로페리돌로 거의 효과를 보지 못하던 임종 전 안절부절증은 리보미프로마진이라는 약을 니키펌프에 넣고 필요할 때 투약함으로 엄청난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리보미프로마진 투약 후 확연히 줄어든 임종 전 안절부절증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리보미프로마진 투약 전 투약현황

리보미프로마진을 처방받기 전인 5월 8일-9일 오전까지 니키펌프에는 모르핀 110 밀리그램 미다졸람 40밀리그램 할로페리돌 3밀리그램이 들어있었다. 24시간 이 약이 백그라운드로 흐르고 있는 것이고 제니가 안절부절증으로 고통을 호소할 때마다 모르핀, 미다졸람, 할로페리돌을 바꿔가면서 투약했다.

24시간 동안 투약한 양을 살펴보면

모르핀 95밀리그램  
미다졸람 67.5밀리그램  
할로페리돌 2밀리그램
메토클로프로마이드 10밀리그램
클로나제팜 10 방울이었다.


미다졸람을 2.5밀리그램만 투약해도 보통 사람은 거의 바로 잠에 빠지는 것을 생각하면 제니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하루를 보냈는지, 그 고통이 얼마나 심했는지 조금이나마 짐작이 되었다.


리보미프로마진 처방 오더

  

5월 9일 내려진 처방 오더



멜버른 완화의료 주치의와 통화를 했더니 증상을 듣자마자 의사는 임종 전 안절부절증이라며, 이 증상은 미다졸람과 몰핀 그리고 할로페리돌 조합으로는 진정이 거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Levomepromazine 리보미프로마진이라는 약이 필요한데 병원에서만 구할 수 있는 약이어서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고자 하는 제니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의사는 말했다. 난 응급실에서 일하고 있었고, 병원이 작은 덕분에 몇몇 의사들의 연락처를 알고 있었어서, 얼른 아는 의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의사가 다행히도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는 중이어서 얼른 병원에 들러 처방을 받고, 병원 약국에 들러 약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니키펌프에 멜버른 주치의가 오더 한 약을 넣었다. 그 약의 조합은 다음과 같다.

리보미프로마진 50밀리그램
모르핀 110밀리그램
미다졸람 80밀리그램


필요할 때마다 주는 추가적인 약 처방 오더


PRN (필요할 때마다 추가적으로 줄 수 있는 약)은 다음과 같이 바뀌었다.

미다졸람 10밀리그램 - 먼저 투약하기
리보미프로마진 12.5밀리그램 (60밀리그램 맥시멈)
모르핀 15밀리그램

의사는 미다졸람을 제일 먼저 사용해 보고 안 되면 리보미프로마진을 사용하는데 하루에 4번 이상 투약하지 말 것을 권했다.


리보미프로마진 투약 후 투약일지


5월 9-10일 투약일지


니키펌프가 1시에 시작되고 나서의 투약일지는 다음과 같다.


5월 9일 투약일지

오후 3시 30분 미다졸램 10밀리그램 & 온단세트론 4밀리그램
오후 7시 40분 미다졸램 10밀리그램
오후 11시 10분 미다졸램 10밀리그램
오후 11시 20분 모르핀 15밀리그램 & 클로나제팜 10방울

5월 10일 투약일지

오전 6시 45분 미다졸람 10밀리그램 & 모르핀 15밀리그램


- 니키펌프 교체 -

오후 7시 30분 모르핀 15밀리그램 & 미다졸람 10밀리그램


5월 11일 투약일지

오전 7시 50분 미다졸램 10밀리그램
오전 8시 5분 모르핀 15밀리그램
오전 8시 10분 리보미프로마진 12.5밀리그램




리보미프로마진 투약 후 증상 변화



9일 1시에 리보미프로마진이 니키펌프를 통해 흐른 이후에 전날과 비교하면 확연히 증상이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 더 이상 나를 부르거나 앉았다 일어났다 하기보다는 끙끙대거나 이불을 잡아 끄는 정도였다. 물론 그런 증상이 보일 때마다 약을 투약했으나 투약 횟수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9일 오전 5시 55분에는 제니가 또 바닥에 앉아 있는 것을 봤고, 구급차를 부르기보다는 친구 부부를 불러 도움을 청했다. 구급대원이 오는데 시간이 최소 2시간은 걸렸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제니를 도저히 바닥에 놔둘 수 없어서 미리 친구에게 부탁을 해놓은 상태였다. 고맙게도 그 시간에 친구 부부는 한걸음에 달려왔다. 친구의 남편이 워낙 덩치가 커서 한 번에 둘이 제니를 번쩍 들어 일으켰다.

리보미프로마진이라는 적절한 약 덕분에 제니의 임종 전 안절부절증은 적절하게 완화되었고, 고통에서 확연히 해방되어 가는 것 같았다. 환자도 보호자도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이었다.


임종 전 안절부절증엔 levomepromazine


옆에서 잠깐 보고 갔던 사람들은 임종 전 안절부절증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예측조차 하지 못한다. 물론 환자만큼 내가 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간호사로 일하면서 본 환자 중 제니는 가장 고통스러워보였고, 난 어느 때보다 가장 무기력했다. 도와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의사가 처방한 약을 주는 것이었는데, 아무리 약을 줘도 듣지를 않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리보미프로마진 이라는 강력한 처방약을 손에 들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제니의 얼굴도 훨씬 편해보였다. 시뻘겋게 달아올랐던 얼굴은 점차 제니의 얼굴색으로 돌아왔고, 3시간 이상 잠을 자지 못하던 제니는 깊은 잠을 오랫동안 잘 수 있게 되었다.

환자의 증상에 맞게 적절한 약을 투약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리보미프로마진, 임종 전 안절부절증을 최소화해 주는 마법 같은 약,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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