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는 작은 병원에서 폐에 물이 조금 차있고, 이상 조직이 보인다는 것을 듣고 멜번의 큰 병원에 검사를 위해 입원했다. 오전에 PET CT 촬영 (몸 어느 부위에 암이 있는지 알 수 있는 촬영)을 하고 Lung function test (폐 기능 검사)를 하고 입원실에 있었던 그녀에게 간호사는
"오늘 저녁부터 키모 (chemotherapy) 시작할거예요." 라고 말했고,
제니는 즉시,
"안 할거예요. 어떤 암이고, 제 상태가 어떤지 확실하게 알기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예요."
라고 대답했다.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50세 초반의 그녀에게 내려진 암진단 그리고 뼈전이. 전이가 되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4기 진단이 내려졌다. 그녀는 어떤 치료도 하지 않고 싶다고 했다. 뼈에 전이가 되면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안 그녀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했다. Palliative care 완화치료를 택했다. 이 포스팅에서는 제니가 왜 완화치료를 택했는지,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제니의 가족
제니는 어머니와 오빠가 암으로 돌아가시는 과정을 보며 항암치료에 대한 회의가 깊게 들었던 듯 했다. 열심히 치료를 받던 어머니도 고생 끝에 2년 만에 병원에서 돌아가셨고, 오빠도 몇 달을 중환자실에서 투병을 하고 있었기에 그 회의감이 깊었던 것 같다. 제니에게 항암치료는 고통 속에서 죽는 길로 인식된 듯했다.
제니의 어머니 - 유방암, 골전이, 50대 후반 진단 및 사망
제니가 20대 초반 정도였을 때, 제니의 어머니는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제니의 말에 의하면 어머니는 꽤나 열심히 치료를 받으셨다고 한다. 그러나 유방암은 재발되었고 나중에 알고보니 뼈에도 전이가 되었고 (극장에서 재채기하다가 척추가 부러진 후 뼈전이가 되었던 것을 알았다고 한다) 치료를 계속했지만 돌아가셨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처럼 항암 치료 후유증으로 머리가 다 빠져서 두건을 쓰고 다니셨고, 상당히 보수적이었던 어머니는 색이 특이한 두건을 쓰는 것을 싫어하셨다며 제니는 종종 어머니의 투병을 회상했다. 그렇게 열심히 치료를 받으셨지만 2년여의 투병 끝에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제니의 오빠 - 방광암, 50대 중반 진단 후반 사망
제니가 가장 좋아하고, 우러러보던 오빠가 50대 중반 방광암 진단을 받았다. 항암치료를 통해 2-3년간 다시 일터로 복귀해서 일도 하며 (역시 간호사였다) 무사히 지내는 듯 했지만, 2021년 9월경 방광암이 재발했다. 신속히 항암치료를 받았다. 집에서 항암을 할 수 있는 기계를 받아 항암치료를 했는데 부작용 (구토와 오심)이 너무 심해서 오빠는 스스로 기계를 멈췄다고 한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고열로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었고 2021년 10월부터 돌아가시기 전인 2022년 1월까지 상당히 고통스러운 기간을 보냈다. 고열로 중환자실을 들락날락하다, 수혈도 몇 번 받고 해 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본 후 palliative care ward 완화치료 병동으로 옮긴 후 몇 주 내에 돌아가셨다.
제니의 간접 경험 - oncology 암병동 근무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제니는 간호사가 되었다. 그녀는 멜번의 한 병원 암병동에서 근무하면서 항암치료에 대한 회의감이 더 깊어졌다고 한다. 암병동에 근무하다 보면 보던 환자를 계속 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환자는 항암치료의 부작용으로 재입원을 하게 되고, 결국 병원에서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하게 되는 과정을 반복해서 본 것이다. 그녀에게 환자들의 삶은 고통 그 자체로 보였다고 한다. 제니가 일할 때만 해도 "표적치료"라는 것은 없었기 때문에, 항암치료는 몸속에 독성물질을 주입해서 암세포도 죽이고 다른 세포도 죽이는 것에 불과하지 않았다. 부작용은 다른 장기의 감염, 염증 등으로 나타나고, 결국 환자의 죽음은 암 그 자체보다 부작용으로 인해 죽는 경우도 허다했기 때문에 제니는 항암에 대한 신뢰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미혼이었던 제니
"내가 만약 결혼을 해서 남편이 있거나 아이가 있다면 다른 이야기였을 것 같아."
제니는 항암치료 대신 완화치료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로 미혼이자 아이가 없는 것을 꼽았다.
"남편이나 애가 있다면, 나도 항암을 고려했을거야. 하루라도, 일주일이라도 더 사는 것이 의미가 있지. 근데 나는 아닌 것 같아."
제니와 같이 미혼이자 애가 없는 나도 그 말에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제니의 아버지는 20년 전 즈음 재혼을 하셨는데 제니는 새엄마와 관계가 매우 안 좋았고, 덩달아 아버지와의 관계도 소원해진 듯했다. 작은오빠는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오가는 상황, 큰오빠는 암 진단을 받은 후에 전화 한 통도 없던 상황이었다. 그 어느 누구도 제니에게 "우리 집에 와서 항암치료받고 같이 싸워보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제니는 그야말로 혼자였다. 돌아가신 엄마, 소원해진 아빠, 천적인 새엄마, 사경을 헤매던 작은오빠, 안부조차 묻지 않던 큰오빠... 제니는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는 듯 했다.
2022년 1월 16-17일 간병일기: 간병인/케어러의 기록
- 2022년 1월 16일
- 1200 ordine 10mg PO (오딘 10mg 경구 투여) for SOB+++ (매우 숨참) when awake from sleep (잠에서 깨어난 후), dry cough ++ (마른기침 많음)
- morphine s/c 5mg (몰핀 5mg 피하주사) for SOB (숨참)
- 1300 clonazepam 2 drops PO (클로나즈팸 두 방울 경구투여) for SOB (숨참)
- <Nap> 낮잠
- 2230 morphine s/c 5mg (몰핀 5mg 피하주사) for back pain (허리 통증)
- 2330 s/c changed to L) UQ (피하주사 왼쪽 배 위쪽으로 바꿈)
- 2400 ordine 5mg PO (오딘 5mg 경구 투여) for constriction (답답함)
- 0100 Endone 10mg PO (엔돈 10mg 경구 투여) for back pain (허리 통증)
- 0300 morphine s/c 5mg (몰핀 5mg 피하주사) for back pain (허리 통증)
- abdo distension, mild pitting edema (복부팽창, 경미한 부종)
- Midaz 1.25mg s/c (미다졸람 1.25mg 피하주사) before bed (잠자기 전)
- BNO 1/7 대변 못 봄 하루차
- 2022년 1월 17일
- clonazepam 2 drops PO (클로나즈팸 2 방울 경구투여)
- 1330 ordine 10mg PO (오딘 10mg 경구 투여)
- dry cough +++ (마른 기침 매우 심함)
- 1350 morphine s/c 5mg (몰핀 5mg 피하주사) for SOB (숨참)
- increased toes and calves cramping (종아리와 발가락 쥐 남 증가)
- 1410 clonazepam 1.5 drops PO (클로나즈팸 두 방울 경구투여) for SOB (숨참)
- 1615 morphine s/c 5mg (몰핀 5mg 피하주사) for SOB + pain (숨참 그리고 통증)
- dry cough continued (마른기침 계속됨)
- BO medium (중간 크기 대변)
- 1700 Endone 10mg PO (엔돈 10mg 경구 투여) for back pain (허리 통증)
- 2300 ordine 5mg PO (오딘 5mg 경구 투여) pre shower (샤워 전)
- 0200 BO 대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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