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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4기 뼈전이 말기암 환자 보호자의 병상일지

말기암 환자를 돌보는 가족, 보호자와 간병인을 돕는 방법

by johnprine 2023.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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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가 폐암 4기 뼈전아 판정을 받은 후 한 달 정도는 상태가 생각보다 괜찮았다. 겉으로만 보기에는 그렇게 죽음이 빨리 올 것 같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한 달 후 암 전문의는 제니의 기대수명이 길면 4-6주 정도 된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달했다. 제니는 기대 수명보다 3달 정도 더 살았고, 더불어 나의 간병인 생활은 생각보다 한참 길어졌다. 제니나 나나 친구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저곳에서 엄청나게 많은 도움을 받는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정신적으로 또 신체적으로도 피로했던 몇 달을 견딜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암환자를 돌보는 간병인과 보호자 등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집밥 나눔


제니는 보통 하루에 한 두 끼만 먹었고 난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 편이었다.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이후에는 제니의 식사의 양과 빈도수가 늘기 시작했다. 제니나 나나 요리를 잘하는 편이 아니어서 간편식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어느 날 직장 동료가 어머니가 해준 것이라며 치킨가스를 잔뜩 냉동해서 갖고 집 앞에 나타났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었는데 제니와 나 모두 호주식 집밥을 정말 감사하게 즐겼다.


제니가 멀쩡해 보이긴 해도 폐암으로 인해 금방 숨이 차오르고 뼈전이로 인해 거동할 때 통증이 있었기 때문에 매일같이 요리를 하거나 식사를 준비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다. 내가 종종 요리를 하긴 했지만 누군가, 특히 아픈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늘 준비하는 것은 심리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부담이 되었었다. 이런 와중에 직장 동료가 종종 들러 제공하는 냉동 집밥은 한줄기 빛 같았다.


나와 제니는 함께 해동을 해서 집밥을 즐기며 빈 접시 사진을 찍어 동료에게 보내주곤 했다. 그 정도로 누군가가 해주는 음식이 고맙고 즐거웠다. 배달 음식을 시커먼 되긴 하지만 일을 안 하고 환자를 돌보고 있다 보니 난 재정적으로 상당히 힘든 상황이었다. 제니 역시 일을 그만둔 지 몇 달이 되어가고, 기대수명을 듣기는 했어도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돈을 배달 음식이 계속해서 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이니 누군가가 해수 갖다 주는 집밥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집밥은 제니가 음식 섭취를 하지 않으면서 더 고마워졌다. 환자는 임종이 다가오면서 입맛을 잃고 곡기를 끊지만 보호자는 다르다. 먹고 힘내서 환자를 돌봐야 한다. 그런데 옆에서 아무것도 안 먹는 가운데 눈치 없이 뭘 사다 먹거나 배달을 시키는 것이 너무 미안했다. 난 냄새를 안 풍기려고 아예 요리를 안 했고 배달 음식은 밖에서 받아 숨어 먹었다. 그것도 제니가 깊은 잠들었을 때만… 이때 친구가 가져다준 음식이 도움이 되었다. 잠깐 데워서 내 방에 들어가 먹을 수 있으니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고민 상담


가족이나 친구 또는 지인이 간병을 하면 가장 큰 문제는 언제까지 할 수 있느냐일 것이다. 죽는 날을 안다면 좋겠지만 사람은 아무리 아파도 언제 죽을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가 없다. 나는 제니가 길어야 두 달 남았다는 말을 듣고 남아있는 병가를 썼다. 병가를 다 쓰고도 제니는 죽지 않았다. 그래서 남아있는 휴가를 다 썼다. 그래도 제니는 죽지 않았다. 이직을 하려고 잡아 놓은 직장에도 연락해서 못 갈 것 같다고 해야 했다. 내 삶은 붕 떠있었다. 주변에서는 언제 죽을지 한 치 앞을 볼 수 없다고 하는데 나 삶을 찾아 죽음 문턱에 있는 사람을 버리고 떠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힘든 심리적 갈등이었다. 내 삶을 돌아보면 우울하고, 재정적인 면은 불안했으며, 아픈 사람이 죽기를 자라는 내 맘을 보면 끔찍했다. 무엇 하나 좋은 감정이 안 들었다. 이때 듣는 귀를 자청해 준 두어 명의 친구가 너무나 고마웠다. 말 못 할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고민 상담을 전담해 준 두어 명 덕분에 재정적인 문제도 해결되었다. 호주 문화를 잘 모르는 나를 위해 제니의 가족과 어떻게 돈문제에 대해 말할지도 알려주었다. 심지어 전화하기 전 리허설처럼 연습도 같이 했다.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하고, 또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 옆에 한 명이라도 있다면 보호자에게 정말 큰 힘이 된다.


긴급 연락처


위에서 언급한 두어 명은 긴급 연락처를 자처했다. 밤이건 새벽이건 언제든 연락하라고 했다. 사소한 것도 괜찮다고 했다. 제니가 임종이 가까워지며 정말 자주 넘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이는 계속 구급차를 불러 도움을 받았지만 구급대원에게 이런 일은 긴급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최소 한 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했다. 정말 미안했지만 밤 중에도 새벽에도 친구에게 연락을 했고 친구는 남편과 나타나 제니를 일으켜 침대에 눕혀주고 홀연히 사라졌다.


암환자를 돌보다 보면 이런저런 상황이 생기게 되고 혼자서 모든 상황을 처리하기 힘들어진다. 제니의 약이 떨어져서 약국에 가야 하는데 혼란과 섬망증세가 심했던 날 난 도움이 필요했지만 얼른 갔다 오면 되겠지 하고 제니를 두고 약국에 갔었다. 제니가 낮잠을 자고 있었고 늘 깊게 오래 잤기 때문에 별일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삼십 분도 안 걸려 집에 돌아왔을 때 제니는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고 바닥에 누워있었다. 이럴 때 사소한 일이지만 제니와 한 시간만 같이 있어달라고 연락을 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들었다.


사소한 일들이지만 환자와 보호자는 이런저런 도움이 많이 필요한데 누군가가 긴급 연락처로 자원을 해준다면 더없이 고마울 것이다.


집안일 도움



제니가 뼈전이로 거동이 불편했기에 청소, 빨래 등을 내가 도맡아 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힘들었다. 특히 제니는 큰 퀸침대를 사용하면서 침구를 일주일에 한 번은 바꾸고 싶어 했고 그러다 보니 빨래의 양도 상당히 많았다. 빨래를 돌리고 널고 걷고 개고 정리하고… 단순한 일이지민 끝이 없었다.


청소도 점점 힘들어져갔다. 제니가 자는 시간을 피해야 했는데 자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은 점점 더러워져갔다. 환자를 생각하면 깨끗이 유지하고 싶었지만 그게 생각처럼 잘 안 됐다. 제니가 사용하는 화장실은 제니가 패드를 사용한 이후부터 급격히 더러워져서 더 자주 청소해야 했다. 끊임없이 온라인 쇼핑을 하는 제니 덕에 재활용은 처리 불가능 수준으로 많아져 차고가 재활용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있었다.


식물을 돌보는 것도 일이었다. 집 안팎에 있는 식물만도 백여 개가 넘었다. 모두 제니의 것이었다. 물을 주고 햇빛을 쐬도록 하는 일도 버거워져서 식물이 죽기 시작했다.



가끔 누군가가 와서 빨래를 도와주거나 침구 가는 것을 도와줬을 때 정말 고마웠다. 널브러진 정원을 치워줬을 때도 부끄러웠지만 너무나 고마웠다. 사소한 집안일 힌두어 개 도와준 것인데 내 어깨와 마음의 짐은 한결 덜어졌다.


집안일은 해도 티도 안 나는데 안 하면 쌓여가고 엄청 지저분해 보인다. 그런데 환자를 돌보다 보면 이런저런 일로 가장 기본적인 집안일이 밀리기 시작한다. 이럴 때 누군가가 집안일을 조금씩 도와줄 수 있다면 보호자에게도 환자에게도 엄청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간병인에게 쉴 시간 주기



암환자의 간병인으로 시는 것은 24시간 일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일의 강도는 높지 않다. 어디를 나가는 것도 아니다. 집에서 환자만 보면 된다. 그러나 눈을 뗄 수다 없다. 언제 흉통과 숨 막힘이 올지 모른다. 눈과 귀를 열고 있어야 한다.


나에게 유일한 외출은 장 보는 날과 약국 가는 일이었다. 늘 나에게 보상이라도 하듯 그때를 틈타 버블티도 사 먹고 햄버거도 사 먹었다. 그때가 아니면 시간이 없었다. 약국을 핑계로 콧바람을 쐴 수 있었고 뭔가를 사 먹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약이 나올 때를 기다리며 사 올 수 있는 버블티나 햄버거 정도였다.


집에 있는데 뭐가 힘들까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일주일에 2-3시간이라도 환자에게서 벗어나 혼자만의 휴식 시간을 갖게 도와주는 것도 간병인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잠깐 커피를 마시고 온다던가 친구나 가족과 식사 한 끼라도 할 수 있도록 누군가가 환자를 잠깐씩 돌봐준다면 간병인의 정신건강에 엄청는 도움이 될 것이다.



맺으며


제니가 아팠지만 독립적이고 건강한 편이었으며 나에게 의지하는 면이 적었기 때문에 난 조금 덜 힘든 편이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주변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했던 일도 많았고 작은 도움이 엄청나게 큰 힘이 되기도 했다. 모든 초점이 보통 환자에게 맞춰지지만 환자를 위해 시간과 힘을 쏟는 간병인에게도 눈을 돌려 도움을 준다면 이것 자체가 더 나은 간병을 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는 환자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집밥을 나누거나, 고민을 들어주고, 집안일을 도와주는 등의 작은 일이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고맙고 힘이 되는 일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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