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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4기 뼈전이 말기암 환자 보호자의 병상일지

임종전 아로마향 사용의 효과

by johnprine 2023.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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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마향 분사기


제니의 친구는 제니가 폐암 4기 뼈전이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포함한 모든 치료를 거부한 후 제니는 하루 정도 친구 집에 머물렀다. 친구는 제니를 위해 아주 멋지고 따스한 담요와 아로마 향을 분사하는 기계를 선물해 줬다.

제니는 받은 선물을 보여주며 나에게 말했다.


“이것 봐. 담요 진짜 예쁘지?”

“응.. 엄청 도톰하고 부드럽다.”

“되게 비쌀 것 같아… 근데 이것 봐.
이것도 선물로 줬는데 이거 보자마자 참…“

아로마 향 분사기를 보면서 나도 제니도 할 말을 잃었다.


보통 아로마향 분사기는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임종 며칠 전 또는 일주일 전부터 환자 옆에 틀어놓는다. 보통 이 시기는 환자가 숨을 쉬지만 의식이 없는 시기이다. 최소한 내가 본 것으로는 환자가 의식이 있고 말을 하는데 아로마향을 틀어놓은 것은 본 적이 없다. 임종 전에나 틀어놓는 기구를 제니가 암진단을 받자마자 선물 받았으니 제니의 기분이 이상할만했다.

이 기계는 한참 구석에 처박혀있다가 제니가 임종하기 일주일 전 정도부터 틀기 시작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아로마향 분사기가 임종 전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환자의 심신 안정 및 통증 조절 효과


아로마향이 심신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모두가 대충 아는 사실일 것이다. 임종 전 일주일은 환자의 몸이 하나씩 서서히 또 빠르게 닫히는 시간인데 그래도 마지막까지 귀가 열려있다는 말을 흔히 한다. 그 말인즉 뇌가 열려있고 의식이 없어 보이지만 완전히 고통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 고통을 느낄 수 있고, 감각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물론 통증 조절을 위해 모르핀, 미다졸람 등의 약을 주입하기는 하지만 아로마향 같은 비의술적 효과를 통해 심적 안정을 불러오면서 통증조절에도 미약하게나마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다양한 아로마 향


가족과 보호자의 심리적 안정 도모


이건 내 생각이지만 아로마향은 환자와 보호자 및 가족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닐까 싶다. 1차적으로는 환자의 심신 안정을 위한 것으로 발명되어 사용되는 것이겠지만, 사실 환자 못지않게 이 시기가 힘든 것이 보호자와 가족이다. 누가 봐도 죽음을 앞둔 이 시기에 환자와 대화도 불가능해지고, 그저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아로마향 분사기는 위의 사진과 같이 은은근 향과 함께 은은한 불빛을 낸다. 임종 전 환자들의 방을 아주 밝은 전등으로 밝혀두기보다는 약간은 어둡게 유지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부드러운 전등빛 자체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가져오는 것을 볼 수 있다. 환자는 의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저 불빛을 인지하기 힘들겠지만, 죽어가는 환자 옆에 있는 보호자나 가족들은 은은하게 나오는 불빛을 통해서, 또 은은한 아로마향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제니의 마지막에 내가 꽤나 열심히 아로마를 채워 넣고 저 불빛을 감상했기 때문인 것 같다. 작은 조명 하나만으로는 좀 삭막해 보이던 방이, 향과 불빛으로 인해 더 따스해 보이고 안정된 보이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로마향


탈취 효과



제니는 임종 2주 전 즈음에 마지막으로 샤워를 했다. 독립성을 유지하고 싶어 했고, 누구에게도 벗은 몸을 보여주기 싫어했던 제니를 존중했기에 다소 오랜 시간 동안 제니는 샤워를 하지 못했다. 임종 전 7-10일 전 즈음부터는 대소변 실수도 많이 했고, 임종이 가까워지면서 질에서도 분비물이 나오는 등으로 인해 점점 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물론 패드를 갈아주고,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기는 했지만, 오랫동안 씻지 못해서 나는 냄새를 완전히 제거하기는 역부족이다. 이런 상황에서의 아로마향은 상당한 탈취역할을 하기도 했다. 제니가 임종할 즈음은 호주의 겨울이었기 때문에 창문이나 문을 열어놓기도 힘든 상황이었기에 환기도 어려웠는데, 아로마향 분사기를 통해서 좋은 향을 은은하게 틀어놓음으로 인해 상당한 탈취효과를 봤었다.


임종 전에 아름다운 향을 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특히 오랫동안 말기암으로 고생을 했다면 그 냄새는 더 지독할 수밖에 없다. 임종을 지키고 싶어 하는 친구들, 가족들 및 방문객에게도 아로마향은 환자에게서 나는 다소 독한 향을 가려줄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한 것이다.



임종 전 아로마향 사용


난 아로마향 분사기를 제니가 임종 전 안절부절증으로 고생하다 리보미프로마진을 맞고 상태가 안정되면서 동시에 의식이 조금씩 흐려져 깨어 있는 시간이 거의 없을 때부터 사용했다.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일하면서 잠깐씩만 경험했던 효과에 비해 제니 옆에 24시간 있으면서 아로마향을 피워놓으니 좋은 점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환자에게도 좋은 것으로 추측이 됐지만, 보호자와 임종 전에 마지막으로 환자를 보기 위해 드나들었던 방문객에게도 좋은 장치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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