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는 2021년 11월 폐암 4기 뼈전이 판정을 받았다.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면역치료 등 모든 치료를 안 하기로 마음먹은 제니는 2021년 12월 완화의료 가정방문팀과 함께 통증을 조절하며 남은 생을 보내고자 했다. 2021년 완화의료팀을 만나기 전에는 타진 (targin: oxycodone - naloxone)과 엔돈 (endone: oxycodone)을 GP (general practitioner)를 통해 처방받아 복용하다 완화의료팀의 가정 방문 이후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완화의료 방문 간호사는 제니를 방문할 때마다 어떤 약을 얼마나 먹었는지를 꼼꼼히 적어갔다. 그들의 수고를 덜기 위해, 하루에 어떤 약을 얼마나 복용했는지 요약본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제니가 5개월 동안 어떤 약을 복용했는지 투약일지를 통해 알아보려고 한다.
사망 4-5개월 전 투약일지 요약

2021년 12월 완화의료팀은 오딘 (ordine), 클로나제팜 (clonazepam) 그리고 타진과 옥시코돈을 처방했다. 모두 경구 투여하는 약이고, 클로나제팜만 액상으로 방울 개수를 세서 투약하는 방식이었다.
2021년 12월 31 호흡곤란이 심하게 와서 가정방문 간호사가 응급으로 집에 들러 피하지방주사를 꽂았고, 그 이후부터 모르핀과 미다졸람이 추가되었다.
제니는 이 당시 클로나제팜 복용을 매우 꺼렸다. 이 약을 먹으면 잠이 많이 온다는 이유였다. 의사는 아침저녁으로 꾸준히 복용하여 호흡곤란과 기침을 예방할 것을 권했지만 제니는 말을 좀처럼 듣지 않았다.
12월 31일부터는 타진 복용을 멈추고 MS Contin (엠에스콘틴, 모르핀류 알약)을 60mg으로 시작해서 곧 75mg으로 높여 복용하기 시작했고, 2월 초부터는 100mg을복용하기 시작했다.
사망 3-4개월 전 투약일지 요약

위에서 언급한 약 이외에 pregablin (lyrica, 프라가블린, 리리카)라는 약과 sertraline (서트랄린)이라는 약이 추가되었다. 리리카는 보통 신경통에 쓰이는 약인데 뼈전이로 인한 통증에 효과가 있을까 해서 추가된 약이다. 100밀리그램으로 3월 5일부터 복용하기 시작해서 10일부터는 150밀리그램으로 높여 복용했다. 서트랄린은 호흡곤란을 위해 복용하기 시작했다. 2월 15일에 75밀리그램으로 시작해서 18일에는 100밀리그램으로 높여 복용하기 시작했다.
엠에스콘틴의 복용량도 늘어났다. 2월 10일부터는 하루 두 번 모두 100밀리그램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제니의 투약량을 모니터 하던 완화의료 가정방문팀은 3월 초에 하이드로몰폰을 시도할 것을 권했다. 모르핀과 오딘의 사용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을 보면서 통증 조절이 잘 되지 않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들었고, 더 적절한 조절을 하기 위해 하이드로몰폰을 시도하자고 했다.
복용량을 정하기 전에 3일 동안 니키펌프를 통해 하이드로몰폰을 사용했는데, 제니의 반대로 2일 만에 시도를 멈췄고 (2일 동안도 중간에 멈췄었다.) 결국 하이드로몰폰은 포기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났다. 제니는 하이드로몰폰이 더 숨차게 만든다고 믿었고, 의료진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지만 제니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
1월에는 잠이 온다는 이유로 클로나제팜을 복용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위의 요약본에서도 보듯이 클로나제팜의 복용량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3월 첫째 둘째 주에는 하루에 10방울까지 사용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사망 2-3개월 전 투약일지 요약

내 기억으로는 12월에 잠시 dexamethasone이라는 스테로이드를 투약하다가 의사의 지시로 멈췄다. 3월 17일에 다시 이 약을 투약하면서 흉통을 조절하고자 했다. 약 12일 정도의 기간 동안 복용량을 의사의 처방대로 늘렸다 줄였다 하며 복용했다.
리리카의 복용량도 꾸준히 증가해 300밀리그램까지 늘어났다. 처음에 100밀리그램으로 시작한 것의 세 배가 되는 용량까지 복용하게 된 것이다.
4월 13일부터는 methadone (메사돈)이라는 강력한 통증조절약도 2.5밀리그램씩 복용하기 시작했다.
사망 1-2개월 전 투약일지 요약

메사돈은 곧 5밀리그램으로, 4월에는 7.5밀리그램으로 늘었다. 이 시기에는 워낙에 잠을 많이 자는 시기였어서 미다졸람을 그다지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전달까지만 해도 잠자기 전에 잠을 잘 자기 위해 미다졸람을 달라고 말하던 제니가 깨어있는 시간이 화연히 줄어들면서 미다졸람을 투약할 필요가 없어졌던 것이다.
한동안 삼킴 장애를 보이던 제니는 알약을 제대로 삼키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약을 삼키지 못하게 되면서 2022년 5월 5일 니키펌프를 달게 된다. 이때부터 클로나제팜을 제외한 경구투여약을 끊었는데, 간호사는 클로나제팜도 그다지 소용이 없을 것이라며 제니가 원하지 않는 이상 굳이 투약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사망 10일전 니키펌프 사용 투약일지

첫 니키펌프에는 모르핀, 미다졸람, 할로페리돌이 들어있었고,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위의 약들을 추가로 사용하라고 지시가 내려졌다.
처음 니키펌프를 달았던 하루 이틀은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가 5월 6일 오후부터 오심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7일 자정 즈음 구토를 한 이후부터 안절부절못하는 증상을 보였다.

니키펌프를 달고 3일 차인 7일 새벽부터 심해지기 시작한 안절부절 증상은 8일이 되면서 극심하게 심해지기 시작했고, 미다졸람, 모르핀, 할로페리돌의 조합으로는 조절이 되지 않았다. 다량의 미다졸람을 투약한 것을 위의 일지에서 볼 수 있다.

임종 전 안절부절증이 극심해지면서 니키펌프 약이 바뀌었다. 모르핀, 미다졸람, 리보미프로마진이 니키펌프에 들었고, 추가적으로 이 약들을 더 주라는 처방이 내려졌다. 제니의 임종 전 안절부절 증상이 드디어 제대로 제어되는 순간이었다.

니키펌프에 든 약은 같았지만, 전날의 상황에 따라 약의 용량이 조금씩 바뀌었다. 내가 중간중간 얼마나 많은 약을 주었는지에 따라 늘어나는 것 같았다. 내가 제니에게 약을 투약하면서 배운 것은 한 번에 두 가지 약 (모르핀과 미다졸람)을 동시에 주는 것이 시간차로 따로 주는 것보다 효과가 훨씬 좋았다는 것이다. 두 가지로도 안 될 때 리보미프로마진을 주면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5개월간의 투약일지를 둘러보며
투약일지를 쓰고, 요약본을 작성하고 때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간호일지도 작성했는데, 그 당시 작성 이유는 완화의료 가정방문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였다. 모든 것을 제대로 기억하기 힘들어서 써놓기 시작했었고, 바쁜 간호사들의 시간낭비를 줄여주고자 더하기를 좀 해서 요약본을 만들었을 뿐이었다.
제니가 생각보다 (의사는 기대수명을 2개월 정도로 말했었다) 오래 살았기에 투약일지가 총 3권이 되었다. 중간에 내가 다 쓴 공책을 버리려고 했을 때 제니가 절대 버리지 말라고 버릴 거면 자신에게 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물론 아직도 모른다. 그저 그때 제니가 버리지 말라고 그래서 버리지 않았던 것들이, 제니가 죽고 나니 이상하게 버리기가 힘들어졌고, 이렇게 글로 남기게 된 것뿐이다.
누군가에게 이 투약일지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직 한국은 가정에서 모르핀 등의 마약류를 투약할 수 없다고 하던데, 말기암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평안하게 집에서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통증을 조절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법령이 개정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본다.
제니는 너무나도 전문적이고, 체계적이고, 또 전인적인 완화의료 가정방문팀 덕분에 소원대로 집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었다. 죽기 10일 전까지 그토록 사랑하던 집에서 독립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누리면서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완화의료 가정방문팀의 공헌이 95% 이상이었던 것 같다. 모든 것이 국가보험으로 커버되었던 덕에 무료로 이런 것을 누렸던 제니를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곧 이런 제도가 생기고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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