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는 임종 전날에도 임종 전 안절부절증을 앓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리보미프로마진이라는 약이 꽤나 효과가 좋기는 했지만 24시간 내내 제니를 아주 편하게 도울 정도는 아니었다. 제니는 자주는 아니지만 아주 가끔 깨서 이불을 잡아당긴다던가, 일어나서 어디론가 가고 싶어 하는 증상을 임종 전날에도 보였다. 그렇지만 침대에서 일어난 것은 딱 그때 한 번뿐이었다. 임종 전 99%의 시간은 대여한 병원 침대에서 내가 자세를 바꿔주지 않는 한 그대로 누워있었다. 자세는 바뀌지 않았지만 환자의 모습에서 임종이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임종 후에는 그 모습보다 조금 더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제니와 내가 본 요양원 환자들의 예를 들어 임종 전후 환자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임종 전 얼굴색의 변화
호주 요양원에서 일하면서 가장 놀랐던 것 중 하나는, 임종 전 백인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얼굴이 상당히 노랗게 변한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혈액순환이 점차 느려지면서 나타나는 현상 같은데, 처음에 봤을 때는
”저분 황당을 앓다가 가시나?“
할 정도로 상당히 노란끼가 강한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것이 바로 환자의 얼굴에 깃드는 노란기이다. 다소 젊은 나이 50대에 죽음을 맞이했던 제니도 비슷했다. 임종 이틀 전 정도부터 얼굴이 점차 노랗게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 할머니나 할아버지 등 지인의 죽음을 봤을 때, 그들의 얼굴은 조금 회색빛이나 갈색빛이 돌았던 것 같다.
아마도 본인의 색에서 조금 어두운 색으로 임종 전 얼굴색이 변화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그래서 백인은 노란색으로, 황인은 갈색 및 회갈색으로 얼굴색이 조금씩 변해가는 것 같다.
응급실에서 일하면서 본 갑작스러운 죽음에는 이러한 얼굴색 변화가 드물다. 빠른 시간 안에 맞이하는 죽음은 아무래도 얼굴색 변화가 나타나기는 어려운 것 같다.
흔히들 말하는 ”곧 가실 것 같다“에는 아마도 얼굴색이 확연히 다르게 변했을 때 어른들이 곧 다가오는 임종을 추측해서 말씀하셨던 것 같다.
임종 전 얼굴형태의 변화
임종 수일 전부터 보통 사람은 ”곡기를 끊는다“ 라고 한다.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말기암이나 노환으로 임종을 맞이하는 경우, 사람들이 스스로 음식을 끊고 마지막에는 마시는 것조차 거부하곤 한다. 의식이 있어도 비슷한 길게는 수주 간 짧게는 며칠간 음식과 물을 안 마시는 모습을 보인다.
제니의 경우 상당히 오랫동안 음식섭취를 하지 않았다. 수 주간 음식을 먹지 않고 물어보면 배고프지도, 입맛이 돌지도, 또 먹고 싶지도 않다고 제니는 말했다. 제니의 경우 임종 전 안절부절증을 겪을 때 상당한 갈증을 느끼곤 했다. 제니가 좋아하던 딸기맛 소다나 파인애플 주스 등을 주곤 했는데 임종 이틀 전에도 아주 조금이나 이것들을 마셨다. 사람마다 음식이나 물 섭취 부분은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 같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임종 전 음식 섭취를 줄이고 물을 안 마시다 보니 얼굴 형태가 많이 변하기 시작한다. 특히 양 볼이 쑥 꺼지고 눈꺼풀이 확 들어가는 것이 가장 눈에 띈다. 몸에서 조금씩 수분과 영양분이 빠져나가면서 생기는 현상인 것 같다.
수년 전 나왔던 ”스크림“이라는 영화의 하얀 가면의 형태로 얼굴이 변한다고 보면 된다. 쑥 꺼진 볼과 움푹 들어간 눈꺼풀 그리고 조금 쳐져 보이는 눈매가 임종 전 환자의 특징이다.
임종 전 한쪽으로 쳐지는 얼굴
얼굴의 형태가 변하면서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 중 하나는 다소 한쪽으로 쳐지는 듯한 얼굴이다. 예를 들면 눈매와 입이 오른쪽으로 확 쳐진다거나, 한쪽 눈만 잘 감지 못한다거나, 한쪽 입술만 조금 벌어져 있는 등이다.
임종이 다가오기 직전에 많이 보이는 현상인데, 아무래도 환자가 입을 다물 힘도, 제대로 눈을 감을 힘도 없기 때문에 보이는 현상인 것 같다. 이때에는 아무리 보호자나 가족이 얼굴이나 자세를 바꿔줘도 쳐졌던 쪽이 더 쳐지곤 한다.
환자가 의식은 없어도 본인이 더 편한 쪽으로 얼굴을 돌리거나, 자세를 고정하게 되면서 한쪽으로 쳐지는 현상이 점점 굳어지는 것 같다.
임종 전 벌어지는 입과 턱
임종 직전에는 입이 점점 벌어지고 턱이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환자가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기력이 쇠하면서 아래턱이 점점 밑으로 내려가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이때부터는 더불어 가래 끓는 소리도 조금씩 나다가 임종 전에는 가래가 훨씬 심하게 끓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람마다 차이가 많이 나지만 가래 끓는 소리가 나면 임종이 확실히 가까워졌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이때에는 보통 의식이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시간이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는 표시이므로 임종을 함께 맞이하고 싶은 가족이 있거나, 임종 순간을 지키고 싶다면 환자와 계속 같이 있는 것이 좋다.
제니의 경우 가래가 끓기 시작하고 2시간 만에 떠났다. 요양원에서 본 경우를 생각해 보면 하루 이틀 내내 가래가 끓는 경우도 있다. 응급실에서 본 환자는 의식이 없는 채로 왔다가 수시간 내에 가래가 끓더니 한 시간 내로 임종을 맞이했다.
임종 전 배출
제니의 경우 임종 반나절 전 내가 패드를 두 번 갈아줬다. 한 번은 대소변 한 번은 자궁에서 나온 듯한 물질과 소변이었다. 한국에서는 “검고 묽은 대소변을 쏟아내면 임종이 가까워졌다”라고들 하는데 구글을 찾아보니 아시아에서는 이런 현상이 자주 관측된다고 한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말은 아니라고 한다. 보통 임종 직후 사후경직이 되기 직전 일시적으로 근육이 완화되며 체내에 있는 물질들이 방출된다고 하는데, 이것이 임종 전 체액 방출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임종 후 체온변화
보통 우리가 아는 신체 변화는 사후 강직 - 몸이 굳는 것-과 체온 하강 - 신체 온도가 낮아지는 것 등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임종직전부터 꾸준히 나타나는 변화일 것이다. 그러나 체온이 급작스럽게 떨어져서 엄청 차갑지는 않다. 제니의 경우 사망 후 3-4시간 집에 있다가 장례식장 사람들에 의해 영안실로 운구되었는데 그때까지도 그렇게 생각보다 차갑지 않았다. 특히 임종 후 1-2시간은 체온이 많이 내려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임종 후 시체 경직
사후 시체 강직은 보통 머리에서 발의 순서로 진행된다고 한다. 그래서 제니가 사망하고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이 벌어진 제니의 입을 닫아주기 위해 턱에 작은 타월을 돌돌 말아 넣고 큰 타월로 밑에 받쳐줘서 제니의 입이 닫아질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그 후에는 제니 몸에 삽입되었던 주사기를 제거했다.
시체경직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일정하게 찾아오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어느 부분은 더 강직이 빨리 올 수도, 심하게 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또한 온도의 영향도 많이 받아 어느 지역에서, 어떤 기온에서 사망했느냐에 따라 강직의 속도도 다르다고 한다.
시체경직은 근육이 강직되고 관절이 뻣뻣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제니의 경우 3-4시간 이후에 병원 침대에서 운구차로 옮겨질 때 그렇게 심한 경직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그 당시 몸 자체를 검은 가방에 넣을 때, 팔다리를 제외하고는 다른 관절을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경직의 정도를 잘 몰랐으리라 추측된다.
임종 후 시반 형성
임종 전후로 환자는 보통 일정한 자세를 유지하게 된다. 특이 임종 후에는 누군가가 시체를 계속해서 움직이지 않는 이상 한 자세로 머물게 되는데, 이때 체내에 있던 적혈구가 혈액흐름이 멈춰졌기 때문에 중력의 영향을 받아 밑에 모이면서 나타나는 것이 시반 형성이다.

빠르면 임종 후 30분부터 나타나는 시반은 적색, 선홍색, 갈색, 녹색 등 사망 원인에 따라 다른 색을 띤다고 한다. 말기암으로 사망한 제니의 경우 붉은색을 띠었고, 시반이 임종 후 1-2시간 사이에 관찰되었다.
시반은 몸 전체에 나타나는데, 천장을 보고 누워서 임종헌 경우네는 등 쪽으로, 배를 깔고 임종을 했다면 배 쪽으로 나타난다. 즉, 시체의 아랫부분 몸 전체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임종 후 시반은 조금씩 더 붉어지면서 몸 전체로 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시반은 시신이 부패될 때까지 없어지지 않는 현상이라고 한다.
이러한 시반은 시신을 움직이지 않으면 형성된 그대로 유지하지만 시체를 움직이게 될 경우 시체의 어느 부분이 아래쪽으로 고정되는가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보통 집이나 병원에서 맞이하는 시반은 대부분 시신의 등 쪽에서 관찰된다. 환자의 사망 당시 위치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대부분 임종 후에는 시신을 반드시 눕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반이 등 쪽에 형성된다.
임종 전후 환자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임종 전후 환자의 모습은 의식이 있을 때와는 확연하게 바뀐다. 임종 전 얼굴색이 바뀌는 것으로 시작해 조금씩 얼굴 형태가 바뀌고 곧 가래가 끓으면서 임종을 맞이한다.
임종 직후에는 시신의 온도가 내려가고 경직이 시작되고 시반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모두가 비슷하게 맞이하는 죽음이지만 그 형태는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임종 전에도 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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