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뇌종양은 치명적인 질병이다. 모든 질병이 그렇듯이 조기에 발견되는 것이 예후가 더 좋다. 그렇지만 뇌종양의 특성상 조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상당히 드물다고 한다. 증상이 나타나면 어느 정도 종양이 커져있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번 포스팅에는 아빠의 예를 들어 악성 뇌종양 진단 과정을 설명해보려고 한다.
의료진과의 상담
아빠는 엄마와 점심을 먹던 도중 사람들의 이름을 갑자기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2시간 만에 기억은 대부분 돌아왔다. 아빠는 집 앞에 있는 내과에 방문해서 의사에게 상담을 받았다.
1) 증상에 대한 전반적 이야기
의사는 어떤 증상이 언제 나타났고,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자세히 물어보았다. 이때 같이 사는 가족이 같이 방문해서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 자세히 보충설명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빠의 경우 이틀 전부터 기억을 잘하지 못했던 것 같았던 증상이 있었지만 이는 환자는 기억하지 못하고 엄마만 아는 것이어서 엄마의 설명이 상당히 중요했다. 기억이 확 사라졌던 그날에 이르기까지 그전에는 어떤 증상이 있었고,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를 의사에게 설명했다.
2) 인지검사
의사는 엄마와 아빠에게 증상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듣고 치매, 뇌졸중, 혈관성 뇌졸중, 미니 뇌졸중 등의 경우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인지검사를 진행했다. 의사가 했었던 질문과 아빠가 했던 답을 살펴보자.
- 여기는 어딘가요?
- (팔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피 뽑는데요...
- 환자분은 어느 나라 사시나요?
- 강동구요.
그리고 곧 문장완성검사와 비슷하게 문장을 완성해 보라고 했다. 엄마 말로는 아빠는 앞뒤가 잘 맞지 않는 문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3) 대학병원 소견서 작성
동네 내과로 갔기 때문에 내과 의사는 근처 대학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며 소견서를 써주고 예약도 가장 빠르게 잡아줬다고 한다.
이미지 검사
1) MRI
아빠는 대학병원에서 소견서를 들고 가 다시 의료진과 상담을 했다. 신경내과 의사였다. 의사는 상당히 급한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당일 밤 9시 MRI를 찍도록 예약해 주었다. 그리고 검사 결과는 그다음 주에 보러 오라고 했다. 검사 결과를 보러 갔을 때 의사는 보호자만 남으라고 하더니 엄마에게 뇌졸중은 아닌 것 같고 암 같은 것이 보이니 조영제 MRI를 다시 찍자고 했다.
2) 조영제 MRI
조영제 MRI는 대학병원에서 찍은 첫 MRI 후 딱 3주가 되어서야 찍을 수 있었다. 그나마 작은 대학병원이어서 예약이 더 빨리 잡힌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환자와 가족에게는 상당히 긴 시간이다. 특히 환자의 상태가 2-3일마다 나빠지고 있는 경우는 그 시간이 너무나도 길게 느껴진다. 조영제 MRI를 찍고도 의사를 만나려면 다시 일주일을 기다려야 했다.
3) 이미지 검사 후 의사와의 상담
조영제 MRI결과를 들으러 다시 의사와의 상담이 잡혔다. 뇌졸중인 줄 알고 신경내과에 의뢰되었다가, 암으로 추정되는 것이 발견되어 신경외과로 다시 재의뢰되었다. 신경외과 의사는 악성 뇌종양으로 보이니 수술을 위해 더 큰 병원에 갈 것을 권유했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암치료에 최고 권위자시라며 신촌 세브란스병원 ㅈㅈㅎ 교수님을 추천했다. 동시에 수술을 하면 평균적으로 1년에서 1년 반정도 살 수 있고, 수술을 하지 않을 경우 예후가 좋지 않다고 했다.
4) 소견서 작성 및 MRI CD 복사
세브란스 병원에 가기 전에 의료기록 복사를 하는 과정과 다시 소견서를 받는 과정이 필요했다. 강동 경희대병원의 경우 환자 본인이 와서 의료기록을 받아가야 한다고 해서 걸음이 느려진 아빠를 데리고 가서 피검사 기록, MRI 보고서와 MRI CD를 받아왔다. 운 좋게도 담당의사 (신경외과)
5) 신촌 세브란스 방문
병원이 바뀔 때마다 순서는 다시 반복되었다. 의료진과의 상담이 먼저였다. 엄마는 다시 처음부터 있었던 일을 의사에게 말해주었다. 첫 증상 후 5-6주 후 신촌 세브란스를 방문했는데 아빠는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기에 엄마가 모든 설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 ㅈㅈㅎ 교수님은 좌측 측두엽에 4.5cm가량의 악성으로 보이는 암, 교종이 보이고 이는 수술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과정이라고 하였다.
수술 후 조직검사
아빠는 오늘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했다. 진료를 하자마자 당일 입원이어서 준비가 안 되었지만, 거동이 점점 불편해지고 있었고, 소변도 잘 가리지 못하는 상태에 도달했기 때문에 당일 입원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반가웠다. ㅈㅈㅎ 교수님은 입원 후 수술 전 이미지 검사 (MRI 등)를 더 하고, 수술하기 전 가족들만 다시 모이며 그때 더 자세한 설명을 하겠다고 하셨다.
아빠의 경우 아직 수술 전이지만 닥터 구글을 통해 정보를 수집해 본 결과 머리를 여는 "개두술"로 수술을 진행하면서 떼어낸 암 조각을 조직검사를 한다고 한다. 조직검사 결과를 받는데 평균 3주 정도 걸린다. 이 조직검사를 통해서만이 제대로 된 "진단"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현재는 악성 뇌종양 중에서 어떤 종류일지, MRI를 통해 추측을 하는 수준이고, 조직검사를 통해서 뇌종양의 종류, 유전자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마무리
악성 뇌종양은 치명적인 질병이다.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통하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아빠의 예에서 보듯이 뇌종양 진단을 위해서는 의료진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고 제대로 된 검사가 필요하다. 하루하루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는 것이 악성 뇌종양의 특징이기 때문에 진단을 하는 과정에서 가족의 도움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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