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는 2021년 10월 경 폐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제니가 응급실에 가게 된 이유는 급작스러운 숨 참이었다.
"나... 이거... 이상한 거... 맞지?"
라고 말하며 제니는 숨을 헐떡 헐떡 내쉬고 있었다.
"응! 당장 응급실 가. 나 이따 밤에 근무하러 가니까 가서 만나."
그렇게 제니를 응급실에 보내고 두어 시간 후 나는 병원으로 출근을 했다. 주차를 하는데 누군가가 내 차로 다가왔다. 제니다..
"나... 암인 것 같나봐."
제니는 그렇게 주차장에서 내 어깨에 기대 잠시 눈물을 흘렸다. 난 믿지 않았다. 과장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서둘러 병원 안으로 들어갔을 때 분위기가 이상했다. 같이 일하던 의사들이 날 불러 엑스레이를 보여준다.
"폐에 물이 찼어. 지금 암이라는 건 아니야. 근데 꼭 바로 검사해야 해."
그렇게 제니는 멜버른으로 이송되어 검사를 받았고, 펫시티를 통해 척추, 양쪽 엉덩이뼈와 왼쪽 허벅지에 전이가 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두어 주 후 제니는 다시 집에 돌아왔다. 이 포스팅에서는 제니가 10월 첫 진단을 받고 어떤 기대수명을 전해 들었는지 말해보려고 한다.
구글에 따르면 4-6개월
진단 후 초기에는 그 누구도 기대수명을 말해주지 않았다. 이런저런 검사를 더 해야 한다는 말 뿐이었다. 다른 검사를 할 것을 거부한 제니는 치료 방법을 알아봤는데 상당히 암담했다.
폐절제술은 암이 있는 부위에 적합하지 않았다. 가장 기대했던 수술이었지만 엑스레이 한 번에 기대는 날아갔다.
항암치료는 제니가 거부했다
[항암치료 거부 이유에 대한 포스팅]
그래서일까. 어떤 의사도 몇 개월 정도 살 것이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말해주지는 않았다. 다만 추측은 할 수 있었다. 폐암에 폐에 물이 찼다면 "구글"에 따르면 4-6개월이라고 쓰여있었다. 설마... 저렇게 건강한데... 믿을 수가 없었다.
방사선 치료를 하면 +2개월
의사는 뼈전이로 인한 고통도 줄이고 기대수명도 늘릴 수 있다며 방사선 치료를 제안했다.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2개월 정도 더 살 수 있어요. 대신 이곳에서는 못하고 멜버른에 가서 주 2-3회 이상 하는 집중적인 치료를 4-6주 받아야 해요."
제니는 고개를 저었다. 집을 떠나 병원에 4-6주 입원을 해서 살고, 2개월을 더 얻는다면, 결국 병원이 아닌 집에서 삶을 누리면서 살 수 있는 기간은 2-4주 더 추가된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거리 여행을 하는 것도, 남의 도움을 끊임없이 받아야 하는 것도 제니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길면 2 달이라고?
제니는 11월에 한 차례 폐에 찬 물을 제거했다. 물을 제거하면서 씨티를 한 차례 더 찍었다.
크리스마스 바로 직전. 코로나가 다시 창궐해서 의사와의 약속이 취소되고 전화 면담이 허락되었다. 정원에 나가 의사와 이야기하던 제니는 담담한 표정으로 집안으로 들어왔다.
"의사가 뭐래?"
"나... 몇 달이 아니라... "
제니가 울기 시작했다.
"몇 주... 길어야 두 달이래..."
당시에 제니의 아빠가 제니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기 위해 멜번에서 오셨는데 큰 눈이 더 커지며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두 달? 잘못 들은 거 아닐까? 아니 그 의사가 잘못 본거 아닐까?
저렇게 잘 걷고 먹고 다 하는데 어떻게 그래? 그게 말이 되는 거야?
그럴 리가 없어. 아니야... 아니야."
길어야 2주라고?
1월 말 정도 제니는 한 차례 더 폐에 물을 빼러 갔다. 의사의 오진이었는지 폐에 물은 없었지만 아마도 그때 찍은 영상이 주치의에게 전해졌던 것 같다. 그리고 2월 초가 되었을 때, 난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제니의 기대수명이 2주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었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제니의 증상으로 봤을 때, 상태로 봤을 때 너무나도 멀쩡했기 때문이다. 12월 말쯤 상태가 조금 안 좋아지기는 했지만, 통증이 조금 증가한 것을 제외하고는 기침도 안정되는 느낌이었고, 어떻게 보면 오히려 좋아지는 느낌까지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주가 지나도 그 어떤 변화도 없었다. 난 집에 방문하는 간호사에게 물어봤다.
"2주가 지나고 거의 3주가 되어가는데 제가 보기에는 아무 변화가 없는데 잘못 본거 아닐까요?
아니면 좋아졌나?"
"좋아질리는 없어요. 잘못 본 것도 아니고요. 50대면 젊기 때문에 기력이 있고 그래서 멀쩡해 보이지만, 속은 아니거든요. 암에 의해 겉에 드러나게 나빠지는 사람도 있지만, 갑자기 훅 쓰러져서 가는 사람들도 많아요. 특히 젊은 사람들이 그래요."
"저렇게 멀쩡한데 갑자기 훅 간다고요?"
"네.. 진짜 그냥 쓰러졌는데 죽어있는 경우도 많아요. 젊은 사람들이 종종 그래요. 제니처럼 젊은 분들은..."
기대 수명이 다 맞는 건 아니지만
제니는 간호사가 말했던 것과 다르게 천천히 나빠졌다. 3월 중순 이후에 헛소리를 하기 시작하더니 헛것을 보고 듣는 섬망증상이 시작되었고, 4월부터는 커피와 주스 조금 마시는 정도를 제외하고는 아예 아무것도 안 먹었다. 깨어있는 시간보다 자는 시간이 부쩍 늘어났고, 4월 중순이 지나고는 넘어지는 빈도가 잦아졌다. 5월 첫째 주가 지나고 제니에게 말로 할 수 없는 고통이 찾아온 듯했고, 그 고통을 달래줄 약을 투여한 지 일주일 후 세상을 떠났다.
10월 말 정도에 제니가 폐암, 뼈전이 진단을 받았고 5월 중순에 하늘나라에 갔으니 구글의 기대 수명 예상이 어느 정도 맞았다. 진단 후 7개월 정도를 살았으니... 반면에 의사의 기대 수명은 많이 빗나갔다. 2달 남았다는 말도, 2주 남았다는 말도 상당히 터무니없이 빗나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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