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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 환자의 보호자가 겪는 심리적 파도 이전 포스팅에서는 내가 왜 하우스메이트로 만난 호주인 제니의 보호자가 되어 제니가 죽기까지 함께하게 되었는지를 써봤다. 갑자기 환자가 아닌 보호자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1) 제니의 상태가 매우 천천히 나빠졌고, 급격하게 다른 이슈가 나타나지는 않았고, 2) 그에 반해 보호자의 감정은 요동을 쳤기 때문에 -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방향으로 요동쳤기에 - 그 이야기를 포스팅해보려고 한다. 시한부 선고… 그 마지막 날이 지나고 의사의 말에 따르면 제니는 2월 첫째 주에서 둘째 주 사이에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 제니는 죽지 않았다. 2월 중순이 다 되어갈 때, 나의 병가는 다 끝나가고 있었고, 난 속이 이상하게 타들기 시작했다. “제니가 안 죽으면 난 이제 어쩌지?” 오늘도, 내일이라도, 당장 다음 주에라도.. 2023. 5. 15.
폐암 4기 환자의 보호자가 되기까지 제니는 2021년 11월에 폐암 4기 뼈전이 진단을 받았고, 12월 말에는 6-8주 정도가 남았다고 전달을 받았다. 1월 말에는 2주 정도 남았다는 말을 들었으니, 케어러로 집에서 제니와 24시간을 함께 하던 나는 이때부터 복잡한 감정을 갖기 시작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내가 어떻게 제니의 폐암 보호자가 되었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제니와의 만남 나는 제니를 2019년 6월 하우스메이트로 만났다. 제니는 호주인, 나는 한국인. 원래 2주만 머물고 다른 집을 찾으려고 했던 임시 숙소 주인이었던 제니. 제니와 나는 의외로 성격이 잘 맞고, 둘 다 간호사에, 중년의 나이에, 집순이에 여러 가지로 괜찮아서 2022년까지 같이 살게 되었다. 모든 하우스메이트들이 그렇듯 나와 제니도 늘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내.. 2023. 5. 5.
폐암 말기 2주 선고를 받고 마지막 날은 다가오지만 좋은 날도 있다 제니가 1월 말과 2월 초 사이에 2주 정도 남았다는 말을 들었으니 2월 중순 즈음은 2주가 다 되어가는 시기였다. 보호자인 나는 마음이 불안하면서도 딱히 상태가 나빠지지 않는 제니를 보고 안도하기도 하고 이러다가 예고 없이 쓰러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종종 들면서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할지, 대비를 할 수는 있는 것인지 등을 혼자 생각해보곤 했다. 같이 살며 매일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기에 며칠 또는 몇 주 만에 본 사람에 비해 오히려 내가 상태가 나빠지는 것을 덜 느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며 의사의 말만 믿고 며칠 내에, 또는 일주일 이내에 제니의 마지막을 맞이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내 머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흔히 마지막 며칠을 생각하면 침대에서 거동도 못하거나 뼈전이로 인한 엄청난 .. 2023. 4. 26.
피하지방주사 그리고 봉와직염의 역습 Intima라고 부르는 피하지방주사는 지방층에 주사 바늘을 삽입해서 모르핀, 미다졸람 등의 약을 필요할 때마다 통증 없이 삽입된 바늘관으로 투약할 수 있는 말기암환자의 친구 같은 존재이다. 팔, 다리, 배 등의 지방층에 삽입을 하면 되는데, 길면 1주일 이상도 사용할 수 있고, 교체 방법이나 삽입 방법도 쉬운 편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피하지방주사에 대한 이야기를 제니의 예를 들어 해보려고 한다. 피하지방주사의 역할 피하지방주사는 지방층에 주사기를 삽입해서 수일간 바늘로 찌르는 고통에서 해방해준다. 이 주사기가 없다면 매번 모르핀이나 미다졸램을 바늘로 찔러 투약해야 하는데 이 주사가 삽입되어 있으면 주사를 찌르는 고통 없이 삽입관을 통해 약을 투약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에게도 좋고, 투약하는 사람도 상당.. 2023. 3. 29.
폐암과 마른기침 제니는 집에 있는 것을 좋아했다. 책읽는 것이 가장 큰 취미였고, 정원을 가꾸고 화분에 식물을 심는 것이 유일하게 밖에서 하는 일상생활 중 하나였다. 아프지 않을 때도 친구를 만나러 나가거나 하는 등의 일은 일년에 두어번 밖에 없었다. 그나마 장보러 가는 것이 유일한 외출 중 하나였다. 그런 제니가 아프고 나서는 오히려 나랑 장보러 매주 슈퍼마켓에 가기 시작했다. 전에는 장보러 가는 것도 귀찮아하고 싫어했는데, 아픈 후에는 슈퍼에 갈 때도 예쁘게 차려입고 싶어했고, 나름 그 날을 즐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제니는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5분도 안 되서 너무 숨이 차다며 차안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2월 9일과 10일에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너무 숨차서 장보는.. 2023. 3. 20.
말기암 환자와 애완동물 5년 전 제니는 찰리라는 귀여운 고양이를 보호소에서 입양해 왔다. 찰리는 또렷한 눈매에 오동통한 몸 약간은 짧은 다리를 가진 고등어색 고양이였다. 제니가 투병하는 동안 찰리는 큰 힘이 되어줬지만, 동시에 제니에게 찰리는 남겨두고 가야만 하는 아픔이기도 했다. 이 포스팅에서는 2월 7일부터 8일까지의 간호일지를 살펴보고 암환자와 애완동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애완동물을 위한 준비 2월 7일에 제니는 왼쪽 아랫배가 너무 아프다고 했다. 탈장하는 것처럼 아프다고 했는데 몇 분 지속되고 통증은 사라졌다. 언제부턴가 손발이 저리고 쥐가 나는 듯한 증상이 자꾸 나타났는데, 그럴 때마다 마그네슘 스프레이를 뿌리고 마사지를 해줬더니 쥐 난 것이 금방 가라앉고는 했다. 이 날은 손에 쥐가 나서 마그네슘 스.. 2023.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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